윤석열 검찰총장이 “총장 징계청구권자인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징계 결과까지 결정하게 하는 제도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장관이 총장을 징계 청구한 뒤 징계위원 과반까지 구성할 수 있게 한 것은 공정하지 않고, ‘소추와 심판 분리’ 원리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윤 총장으로서는 본인을 압박해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근거 자체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한 것이기도 하다.
법조계는 10일 열릴 윤 총장 징계위원회 이전에 헌법재판소가 의미 있는 판단을 제시하리라고 보진 않는 편이다. 사건을 검토할 충분한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윤 총장 측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경고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끝내 징계를 밀어붙인 뒤에 헌재의 위헌 판단이 내려진다면 정부로서는 망신 아니냐는 것이다.
윤 총장 측은 4일 검사징계법 5조 2항 2호와 3호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조항들은 검사 징계를 심의할 징계위원 7명에 법무부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 장관이 위촉하는 법학 교수 등 외부 전문가 3명이 포함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머지 징계위원은 장관과 차관이다.
이 때문에 총장 징계는 일반 검사 징계와 달리 ‘소추와 심판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구조라는 게 윤 총장 측 위헌 주장의 골자다. 일반 검사 징계는 총장이 청구하고 장관이 심판한다. 그런데 총장 징계는 장관이 청구부터 심판까지 모두 맡는 꼴이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법 조항을 만들 때 ‘총장 징계’ 경우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총장 측은 검사징계법 조항들의 위헌 여부가 판단될 때까지 해당 조항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도 신청했다. 하지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징계위 개최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 출신 변호사는 “징계위 전에 헌재가 결정할 물리적인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윤 총장 측은 “징계위가 열린 뒤에라도 위헌 판단이 내려지면 정부가 망신인 것 아니냐”고 했다. 결국 이번 헌법소원은 추 장관과 아직 공개되지 않은 징계위원들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한 셈이다.
허경구 나성원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