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이모(54) 당대표 비서실 부실장이 검찰 조사 중 극단적 선택을 하자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검찰의 무리한 별건수사가 이씨의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등 검찰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국면에서 갑작스레 발생한 이 대표 측근 사망 사건으로 여권과 검찰의 전선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고발된 사건과 무관하게 개인의 경제활동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압박감을 크게 느낀 것 같다. 검찰은 경력조회라고 하는데 우리는 별건수사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실장은 지난 4월 총선 당시 이 대표가 사용한 서울 종로구 사무실의 복합기 임대료 76만원을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업체가 대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다른 민주당 인사도 “검찰이 고발 사건을 조사한다면서 10년치 (행적을) 들여다보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는 명백한 별건수사 아니냐”고 분개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설훈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검찰이 옵티머스 사건을 참으로 잔인하고 지나치게 파헤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나 지금이나 검찰 행태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왜 사람을 죽을 지경으로 몰아넣냐. (이 부실장은) 옵티머스 사건이 아니라 복사기를 대여하며 월 11만원씩 내기로 했는데 다섯 달인가를 제대로 (회계장부에) 기재하지 못해 이런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많은 분이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더 그렇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 대표는 “슬픔을 누를 길이 없다. 유가족께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애통한 심정을 밝혔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검찰 수사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서울 강남성모병원의 빈소를 찾았다. 이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의 교섭단체 대표 회동만 참석하고 나머지 일정은 모두 취소했다.
당 안팎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어떤 말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었길래 이런 (선택을 했는지) 당 전체 분위기가 조금 어둡다”고 전했다.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도 “함께 이겨내자 굳게 약속했는데 뭐가 그렇게 억울했느냐”며 “새벽 출근길 검정넥타이를 매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