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증상 보였는데 알고보니 ‘궤양성대장염’… “꾸준한 약 복용 중요”

입력 2020-12-06 20:03
김은수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왼쪽)와 심지영(가명) 환자.

“처음엔 치질인 줄 알았어요. 일이 바쁜 탓에 병원 방문을 미루고 있었죠. 진단을 받고는 난치병이라는 단어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베테랑 요양보호사인 심지영(59·가명)씨는 지난 10월 궤양성대장염 진단을 받았다. 1년 가까이 혈변과 급박변 증상에 시달린 이후였다. 그는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하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일하는 도중에 급하게 화장실에 갈 때면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많이 느꼈다”고 토로했다.

소화기관인 대장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궤양성대장염. 출혈 때문에 자칫 치질로 오인하기 쉽지만, 신체의 면역시스템이 장내 미생물 등에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이면서 나타나는 희귀난치성질환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혈변. 점액변, 급박변, 뒤무직(장이나 방광을 비우기 위한 급박한 욕구), 경련성 복통 등이다. 변을 봤는데도 덜 본 것 같은 찝찝한 느낌이 지속되는가 하면, 갑작스럽게 절박한 신호가 오는 탓에 일상생활을 괴롭히는 질병으로 유명하다. 심씨의 주치의인 김은수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환자분은 혈변과 함께 점액변도 있었고, 뒤무직, 잔변감도 있었지만 아주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많이 호전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궤양성대장염의 명확한 발병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경적인 요인이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교수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위생가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우리 면역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었다는 가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궤양성대장염은 30~40대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50대 이상에서 발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궤양성대장염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평생 관리해야 한다. 김 교수는 “궤양성대장염은 약을 끊는 경우 거의 대부분 바로 증상이 재발하게 된다.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으로 생각하면 쉽다”고 했다. 심씨와 같이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 항염증제(5-ASA)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10명 중 7명 정도는 거의 항염증제로 조절이 되고, 나머지 3명꼴로 재발하는 경우는 생물학제제 등 다른 약제를 사용하게 된다”며 “항염증제는 대장에 도달하기 전까지 우리 몸에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용량을 많이 쓰더라도 몸에 쌓이거나 하는 부작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을 잘 복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현재는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가 높지 않다. 알약을 삼키기 힘든 환자를 위한 과립제제, 약 복용 개수를 줄일 수 있는 고용량 제제 등을 사용하면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씨 역시 “약 먹는 것을 종종 잊곤 하는데 과립제제로 바꾸면서 챙겨먹기가 수월해졌다”고 했다.

투병 생활에는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가족 등 주변사람들의 ‘정서적 지지’가 큰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궤양성대장염을 진단을 받으면 희귀난치병이라는 점 때문에 두려움이 크다. 그러나 목숨에 영향을 주는 심각하거나 수명을 단축하는 질환은 아니다. 약물로 잘 조절이 되면 일반인과 똑같이 살 수 있다”며 “환자 가족과 친구들이 병을 충분히 이해하고 정서적 지지를 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