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약 2년6개월 만에 1000원대로 내려앉았다.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실행 움직임과 영국발 첫 백신 사용허가 소식이 달러 약세를 더욱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저환율 기조 속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액면분할 이후 2년7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7만원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8원 내린 달러당 1097.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18년 6월 14일(1083.1원) 이후 가장 낮은 환율이다. 2018년 6월 15일 1097.7원에서 다음 거래일인 18일 1104.8원으로 올라선 이후 1100원 선을 깨고 내려간 것도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난달 초 한층 가파르게 하락해 1100원 근처까지 내려온 원·달러 환율은 최근 들어 소폭 등락을 반복하며 잠시 쉬어가는 모습이었다. 달러 약세 기조를 다시 자극한 건 미 의회의 경기부양책 협상 재개와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보급 절차 착수로 인한 시장의 기대감이다.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와 함께 안전자산 격인 달러의 가치는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될수록 하락한다. 양적완화나 재정정책 등으로 시중 유통량이 늘어나도 마찬가지다.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은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도 일부 반영됐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00원(0.29%) 오른 6만9700원으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신고가를 이틀 연속 경신했다. 7만100원으로 출발한 장 초반에는 7만500원까지 올랐다. 7만원대 기록은 50분의 1 가격으로 액면분할한 후 5만3000원으로 첫 거래를 시작한 2018년 5월 4일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지난달 2일(5만7400원) 이후 20% 넘게 올랐다. 시총 2위로 반도체 업종인 SK하이닉스도 전날보다 2.29% 오른 11만1500원으로 마감하며 역시 이틀 연속 최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 신고가 경신의 주역은 저환율 추세를 등에 업고 들어오는 외국인투자자다. 최근 1개월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5700억원가량 순매수하며 코스피 종목 중 두 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1위는 2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LG화학으로 1조66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국내 외환보유액은 10여년 만의 최대 폭으로 늘면서 사상 최대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4363억8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98억7000만 달러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은 올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째 늘어 6월 이후 6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월 대비 11월 증가폭은 2010년 7월(117억4000만 달러) 이후 가장 컸다. 전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가증권이 3946억4000만 달러로 한 달 새 110억 달러 가까이 늘었다. 한은은 “외화자산 운용수익과 기타통화 표시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 증가 등으로 외환보유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10월 말 기준(4265억 달러) 세계 9위다. 중국(3조1280억 달러) 일본(1조3844억 달러) 스위스(1조217억 달러)가 각각 1~3위를 차지했다.
강창욱 조민아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