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망가진 지 오래지만 그 정도가 정말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정부가 쏟아낸 정책들은 어떤 것도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전세난은 월세난으로 번졌고, 몇 달 주춤하던 매매가도 다시 오르고 있다. 주거의 고통을 이렇게 키우면 어떡하나. 이쯤 되면 고집을 그만 피우고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빨리 방향 전환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2일 한국감정원의 조사 결과 지난달 전국 주택 월세는 전월 대비 0.18% 올랐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KB국민은행 통계로는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가 1.06% 상승했다. 이 지수가 1% 넘게 오른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수요자가 월세로 몰리는 탓에 월세도 폭등하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늘린 영향도 있다. 집주인들 사이에서 월세를 올려 받아 종부세를 충당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전국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지난 7월 0.61%로 정점을 찍은 뒤 3개월 연속 낮아졌다가 지난달 0.54%로 다시 높아졌다. 전세난에 밀려 중저가 주택 구매에 나선 수요가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 달여 전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며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 국민의 주거안정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전세 시장은 전혀 안정되지 않았고, 월세와 매매 시장까지 들썩이는 총체적 난국이다. 이런 와중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중저가 지역 중심으로 최근 매수심리 진정세가 주춤한 양상”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다시 오른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고 싶어서, 아니면 국민이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알쏭달쏭하게 표현한 것 아닌가 싶다. 정부 당국자의 이런 모습이 이젠 애처로울 지경이다.
[사설] 전월세·매매가 모두 폭등, 주거불안 이대로 방치할 건가
입력 2020-12-04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