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3일 종료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 사태와 낯선 원격수업, 수능 당일까지 이어졌던 3차 유행 등 최악의 수험 환경을 이겨낸 수험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입시 2라운드가 기다리고 있으니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급격한 학생 수 감소에 코로나19 변수가 겹치면서 그 어느 해보다 불확실성이 큰 대입이란 평가가 많다. 자신의 성적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꼼꼼하게 전략을 세우는 자세가 중요하다.
가채점은 신속 정확하게
수능 이후 대입 일정은 빠르게 흘러간다. 코로나19로 수능이 연기되면서 대입 일정이 예년보다 더 빡빡해졌다. 가채점 결과는 대입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자료다. 수험표 뒷면 등을 활용해 자신이 기재한 답을 적어왔다면 편하지만 기억에 의존해야 한다면 가급적 빨리 가채점을 마무리한다. 헷갈리는 경우라면 틀린 것으로 간주해야 대입 전략을 수립할 때 오차를 줄일 수 있다.
가채점으로 파악된 원점수나 원점수 총점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게 원칙이다. 오는 23일 발표되는 수능 성적에는 영역별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이 나오지만 원점수는 표시되지 않는다. 실제 대학에서도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으로 학생을 뽑는다.
가채점을 토대로 수험생들은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자신이 수시에서 지원한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걸고 있다면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성적을 거뒀는지 판단해야 한다. 최저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수능 이후 이어지는 논술·면접 등 대학별고사에서 헛심을 쓸 필요가 없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수능 이후로 대학별고사를 미룬 대학이 상당수여서 대학별고사 일정이 몰려 있다는 점에 유의한다.
가채점으로 파악한 원점수로 등급을 가늠해야 한다. 담임교사나 진로진학교사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여의치 않으면 사설 입시기관의 등급컷 전망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수능 응시자가 역대 가장 적다. 코로나19 등으로 결시율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평가 과목은 정해진 비율로 끊어 등급을 산출하므로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수험생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입시 전문가들은 “어느 해보다 오차범위가 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음으로 정시 지원 가능 대학을 확인해야 한다. 수능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대학별고사 응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수시에서 어느 한 대학이라도 합격하면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정시 지원 기회가 박탈된다. 이른바 ‘수시 납치’를 당하고 땅을 칠 수 있다. 예상되는 수능 성적이 좋아 수시에 원서를 넣은 대학보다 상향 지원이 가능하다면 대학별고사 응시 자체를 포기해 합격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
평소보다 성적이 낮게 나왔고 수능 최저기준을 충족한다면 대학별고사에 집중해야 한다. 최저기준 충족 여부가 불투명하다면 일단 응시하라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시 지원 가능 대학과 수시 지원 대학이 비슷한 수준이라면 대학별고사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논술은 대학별 예시 문항을 통해 경향을 파악한다. 특히 면접의 경우 비대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영상 업로드 방식, 화상 녹화, 실시간 화상면접 등 대학별 면접 진행 방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준비한다. 코로나19로 대학별고사에서 돌발 상황 등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 있으니 사전 체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시 전략도 미리미리
수능 성적이 23일 나오면 정시 원서접수 시작일인 내년 1월 7일까지 정시 지원 전략을 짜야 한다. 가채점을 분석해 지원 가능 대학을 추려놓았다면 수능 성적이 발표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성적에 유리한 선발 방법을 찾아 지원 대학을 결정할 수 있다.
대학마다 수능 점수 활용법은 다르다. 같은 대학이라도 모집단위(학과, 학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국어·수학·영어·탐구 4개 영역을 모두 반영하거나 국어·영어 필수에 수학 또는 탐구 가운데 1개를 선택하기도 한다. 특정 영역에 가중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절대평가로 등급만 주어지는 영어 영역도 대학마다 점수 산정 방식에 차이가 있다. 등급별로 일정 점수를 부여하는 대학도 있고 가점 혹은 감점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똑같은 점수를 받았더라도 지원 대학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성적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타깃을 분명하게 설정해야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지원하려는 대학의 수능 점수 활용방식을 유형별로 정리해 자신에게 맞는 조합을 찾도록 해야 한다.
반영 영역 수, 탐구영역 반영 과목 수, 영어 반영 방식, 가산점 방식, 지정 과목 유무 등을 충분히 고려해 지원 가능 대학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요약·정리하면 촉박한 대입 일정에서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정시 지원 대학을 결정했더라도 수시 이월인원을 파악해 학과별 인원 변화를 체크해 지원 대학 변경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 수시 이월인원은 대학별로 정시 원서접수 직전에 최종 확정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