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핵심 지지층 25%… 윤총장 해임해도 지지율 일시 하락”

입력 2020-12-04 04:02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대표는 “리얼미터가 사용하는 ARS 조사는 지지 성향을 숨기는 ‘샤이’ 표심을 잡아내는 방법”이라며 “이번 미국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이 방식이 유효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기현상,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대통령 지지율, 여권에 악재가 쌓여도 반사이익을 제대로 못 얻는 야당, 차기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내년 보궐선거, ‘이번에는 맞히나’로 관심을 모았던 미국 대선 여론조사…. 모두 여론조사와 관련된 이슈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론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걸 보고 환호하든 화를 내든, 청와대와 정치권뿐 아니라 일반 국민 다수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분명하다. 국내에서 여론조사를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는 리얼미터의 이택수(51) 대표를 3일 만나 여론조사에 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이 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해임될 경우 대통령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더 떨어지겠지만, 대통령의 레임덕을 우려한 여권 지지층이 다시 결집할 것으로 관측했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국민의힘이 유리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다자 대결 구도로 간다면 더불어민주당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양당의 서울시장 후보군 중 현재 선두로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각각 꼽았다.

-윤 총장이 해임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론 추이는 어떤가.

“윤 총장에 대한 법원 판결 직후인 이번 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40% 선 아래로 내려갔는데, 해임이 결정될 경우도 당청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 경우 여권 지지층은 대통령의 레임덕을 우려해 다시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건 중도층인데, 해임 이후 윤 총장 측에서 또다시 법적 대응을 해 유리한 법원 판결을 받아낼 경우 중도층이 흔들릴 수 있다.”

-대선주자로서 윤 총장의 가능성은.

“해임이 되든 안 되든 대선주자로서의 윤 총장 지지율은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범보수 야권에선 유력한 차기 주자가 안 보이기 때문에 윤 총장을 가만둘 리가 없다. 다만 윤 총장이 정치권으로 들어올 경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걸었던 길을 반복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길을 열 것이냐의 갈림길에서 후자보다는 전자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예측인 것 같다.”

-문 대통령 지지율 40%는 콘크리트인가.

“지금까지는 콘크리트 맞다. 대선 득표율 41%가 심리적 저항선 역할을 해왔다. 보수와 진보는 사실 40%대 40%로 보면 된다. 야당 진영은 샤이(지지 성향을 숨김)한 부분이 있어서 지금은 자기가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대통령 본인이나 가족, 측근들의 비리 같은 문제가 터지면 지지율이 확 빠질 수 있다. 콘크리트는 유한하다. 레임덕은 올 수밖에 없다. 콘크리트 지지층은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조금씩 빠질 것이다. 내년 보궐선거가 분수령으로, 서울·부산시장 선거 둘 다 여당이 진다면 레임덕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의 지지율 조사 결과가 늘 차이가 나던데.

“조사방법상 그렇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대부분 4점 척도(매우 잘함, 잘하는 편, 잘못하는 편, 매우 잘못함)로 하는데 한국갤럽은 특이하게 3점 척도(잘하고 있다, 잘못하고 있다, 어느 쪽도 아니다)다. ‘어느 쪽도 아니다’가 기본적으로 5%를 가져가서 긍정 평가를 잠식한다. 그래서 다른 조사기관보다 긍정 평가율이 2~5% 포인트 낮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우리는 8~9%가 최저 지지율이었는데 한국갤럽은 3%까지 떨어졌다.”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은 몇 %인가.

“국정수행을 매우 잘한다고 평가하는 25% 정도를 핵심 지지층으로 볼 수 있다.”

-여권에 악재가 많았는데 그 영향은 .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사건과 부동산 문제가 컸다. 서울에선 박 전 시장 유고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많이 빠졌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은 콘크리트 지지층을 어느 정도 묶어두는 역할도 해왔다고 본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4·15 총선 결과는 어땠을까.

“박빙이었을 거라고 본다. 실제 지역구 득표율도 49대 43으로 그렇게 큰 차이가 안 났다. 총선 직전에 풀린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재난지원금을 받고 표심이 흔들린 유권자가 많았다. 코로나는 현재까지는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의 요인이 되고 있는데, 일일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간 뒤로 조금씩 긍정 평가의 이유에서 포션이 줄어들고 있다.”

-오늘 깜짝 역전하기는 했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왜 잘 안 오를까.

“탄핵의 원죄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탄핵의 강을 건넌 분들과 건너지 못한 분들이 아직도 다투고 있다. 국민의힘의 정권교체 절박성이 민주당의 정권유지 절박성보다 확실히 떨어진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보면 반문재인 입장은 명확한데 각론에선 입장이 다 달라서 서울시장 선거와 다음 대선이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지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더라도 그게 국민의힘으로 가지 않는다. 개인 후보로는 윤 총장에게 간다. 장외에서 블랙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윤 총장이 정권교체의 마중물이 될지, 냉각수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

-다음 대선을 전망한다면.

“지난 선거들을 보면 대선 1, 2년 전 선택지의 하위권에라도 있었던 분이 당선됐고,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 당선된 적은 없다. 그래서 지금 거론되는 분들 중에서 대통령이 나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구도다. 1대 1 구도면 미국처럼 51%대 49% 싸움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혹은 윤 총장 등 제3의 세력이 당을 만들어 나오는 식으로 1대 2, 1대 3 구도로 가면 1987년 대선 때 노태우 후보가 적은 득표수로 당선됐던 것처럼 될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자체 후보를 내고 금태섭 전 의원 등 제3세력이 당을 만들거나 무소속으로 나온다면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궐선거 판세는.

“부산시장 선거는 국민의힘이 유리한 지형이다. 부울경에서 지지율 역전한 지가 좀 됐다. 최근 들어 엎치락뒤치락하고는 있는데, 제1야당의 표심은 많이 감춰져 있다고 봐야 한다. 또 보궐선거는 평일에 치러져서 민주당 강세 계층인 203040세대 투표율이 낮다.”

-가덕도신공항 이슈의 영향은.

“민주당 입장에선 오거돈 논란에서 가덕도 이슈로 국면 전환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영남권에선 대통령 지지율이 많이 빠진 상태다. 민주당이 차라리 부산은 무공천하고 서울에 집중하기로 했다면 훨씬 승산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서울시장 후보군은.

“민주당에서 지지율로는 박영선 장관이 앞서가는데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 내부에서 봤을 때 어려운 선거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박 장관도 이번에 승부를 보는 게 나을지, 2022년 지방선거에 승부를 거는 게 나을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에선 오세훈 전 시장이 출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오 전 시장은 인지도가 워낙 높고 서울에서 지지율도 높다.”

-리얼미터(ARS 방식)와 한국갤럽(전화면접 방식) 조사 결과 중 어느 쪽이 실제 여론에 가까운 건가.

“실제 여론의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투표할 사람들의 민심, 즉 실제 선거 결과는 리얼미터 조사 결과가 좀 더 가까울 것이고, 투표하지 않을 사람들의 민심은 전화면접 조사가 더 잘 담고 있다고 본다. 응답률은 전화면접이 15~20%, ARS가 5% 안팎으로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ARS는 투표할 사람들이 응답을 하고, 샤이한 사람들도 응답한다. 전화면접은 투표를 안 할 분들까지 많이 잡다 보니 무당층이 많이 나온다.”

-응답률이 낮은 건 문제가 안 되나.

“미국여론조사협회 사이트의 논문들을 보면 ‘응답률이 낮다고 조사 신뢰도가 낮다는 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다수다. 다만 응답률이 언젠가 1%로 떨어지면 응답하는 1%와 나머지 99%가 같은 성질이어야 예측이 성공할 텐데, 어느 순간 성질이 달라져 예측이 실패할 수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접촉해서 자기 기입식으로 하는 등의 새로운 조사방법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람들이 전화를 잘 안 받으려 하고 문자·카톡에 익숙하니까 여론조사도 그런 식으로 갈 거다.”

-이번 미국 대선 여론조사는 성공인가 실패인가.

“선방했다고 본다. 경합주 가운데 예상과 달리 나온 곳이 분명히 있기는 했지만, 득표율 격차가 크지 않고 간선제다 보니 워낙 예측이 어려웠던 선거다. 여론조사에 한계가 있었던 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샤이 트럼프 현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천지우 논설위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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