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성질이 사납기로 소문난 분이었고, 할아버지를 똑 닮은 오빠마저 이유 없이 아무 때나 폭력을 휘둘렀다. 나는 말 한 마디 크게 못하고 소심하고 눈치만 보는 아이로 자라다가 끝없는 두려움으로 미션스쿨에 다니던 중3 때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 결핵성 척추염에 걸려 1년간 휴학했다.
어머니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다행히 회복된 어느 날 이사야서의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를 보는데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이 온 몸에 부어졌다. 척추염도 다 나았다는 믿음이 생기자 통증도 말끔히 사라졌다. 그러다 29살에 결혼했는데 인상이 무섭고 체격과 목소리가 매우 큰 시어머니 앞에 다시 위축되기 시작했다. 시어머니는 큰 소리로 야단을 치고, 내가 버린 쓰레기 봉지를 열어 구멍 난 아이들 양말을 찾아 기워 돌려주기도 했다. 할아버지와 오빠에 이어 쓰레기도 내 마음대로 버릴 수 없는 극심한 공포에 급기야 물만 마셔도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의사는 극도의 긴장으로 위가 멈추었다며 지금의 상황에서 빨리 나오지 않으면 죽는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에게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남편은 성경 말씀은 물론 우리 딸이 병원에서 바뀌었다는 의심까지 하며 직장도 그만두었다.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은 다 내게로 오라고 하셨지만 집안 경제의 짐까지 혼자 지니 더 이상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고, 감격했던 십자가 사랑도 간 곳이 없었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마음으로 다시 엎드려 눈물로 기도하던 어느 날 기독교 방송에서 힘들게 살던 사람들이 기적같이 변한 놀라운 간증들을 보았다. 곧바로 한마음교회로 달려가 부활의 복음을 듣는 가운데 ‘아! 나도 살 수 있겠구나’는 소망이 생겼다. 그 후 모든 시간을 들여 목사님 말씀과 연재 칼럼, 간증 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그때 늘 머리가 아프다던 아들이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수술이 성공해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에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금식까지 하며 엎드렸는데 하나님께서 요한복음을 통해 나의 믿음의 실상을 비춰주셨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동산지기로 생각한 요한복음 20장과 21장의 마리아의 모습이 내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신 것이 없으면 너희 믿음도 헛되고 너희가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이라는 말씀이 임하며 부활하신 예수님은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라는 고백이 내 입에서 나왔다. ‘아! 그동안 나는 이분을 믿지 않았구나!’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 서니 내 죄가 선명히 보였다. 주님을 무시하고 내가 주인 되어 살아온 악한 중심을 회개하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내 삶은 바로 달라졌다. 우울증을 핑계로 무시했던 남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자 오랫동안 막혀있던 단단한 담이 한 순간에 허물어졌다. 뇌종양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가던 아들도 공동체의 기도와 사랑으로 많이 회복돼 퇴원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후 소망 가운데 살고 있다.
내게 남은 한 가지 일이 보였다. 공원에서, 길거리에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고 조카와 여동생도 복음을 받고 공동체와 함께 달려가고 있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오빠도 주님의 품에 안기기를 소망하며 기도한다. 사람에 눌려 숨 막히던 삶에서 벗어나 사나 죽으나 나의 주인 되신 예수님과 동행하며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또 전할 것이다.
김은경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