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에 복귀한 지 하루 만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사건 관련 피의자들의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다. 이번 결정으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의 대립으로 시작된 여권과 윤 총장, 검찰과의 대립은 더욱 극단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을 비롯한 여권인사들은 원전 수사를 “정치적 수사”로 몰아세우며 윤 총장과 검찰을 압박해왔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2일 오후 법원에 공용 전자기록 등 손상, 방실 침입, 감사원법 위반으로 A씨(53) 등 산업부 국·과장급 공무원 3명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감사가 착수되자 관련 증거 자료와 청와대에 보고한 자료 등 444개를 조직적으로 삭제했다. 이같은 조직적 증거 은폐는 지난해 12월 1일 오후 11시 24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16분까지 약 2시간동안 이뤄졌다. 감사원의 추가 자료제출 요구가 있었던 바로 전날이었다.
검찰은 감사원법 위반 이외에 형량이 높은 공용 전자기록 등 손상, 방실 침입 혐의를 추가했다. 윤 총장은 지난달 중순 대전지검으로부터 구속영장 청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고받았지만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1년 이하 징역으로 형량이 낮은 감사방해 혐의만으로는 영장 발부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에서다. 공용 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가 인정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방실 침입 혐의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앞서 감사원은 대전지검이 수사자료를 요청하자, 7000여 페이지의 감사자료를 보냈다. 이 자료에는 사건 개요, 증거관계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고 한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본류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개연성이 크다.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이를 지시한 윗선에 대한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핵심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 결과를 조작했는지,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여부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