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법무부 차관에 판사 출신인 이용구 변호사(사시 33회·사진)를 내정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직전 사의를 표명한 전임 고기영 차관의 사표를 수리한 지 하루 만이다.
이같은 속전속결 인사는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를 정상 가동시키고, 징계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추·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두 사람 거취에 대한 정치적 결단 대신 징계위 결정을 따르겠다는 메시지를 밝힌 셈이다.
이 내정자는 2017년 8월 비검찰 출신 최초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임명돼 지난 4월 사퇴하기 전까지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주도했다. 진보 성향 법조인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광주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지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법률대리인, 2017년 문재인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 활동을 거쳐 추 장관 지명 당시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을 맡았던 친문 인사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 내정자는 검찰 개혁 등 법무부의 당면 현안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내정자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사건 핵심 피의자로서 검찰 수사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를 맡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 내부에선 이 내정자가 윤 총장의 징계를 심의하는 것이 이해충돌 문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내정자는 또 서울 강남·서초구에 아파트 2채를 갖고 있다. 다주택자의 고위 공직자 발탁 금지를 ‘뉴노멀’로 제시했던 청와대가 이 내정자를 7개월여 만에 다시 불러들인 건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 얼마나 조급해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이 내정자로부터 한 채를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차관은 검사징계위의 당연직 위원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임 법무부 차관은 징계위원장 대행을 못 맡게 했다. 징계위원으로만 들어갈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절차적 정당성과 절차적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징계수위를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경징계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것이다.
검사징계법에는 검사의 해임·면직·감봉은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도록 규정돼 있다. 문 대통령이 법무부 징계위 결과 수위를 조절할 수 없이 그대로 따르게 된다는 의미다. 이 내정자가 3일 임명장을 받으면 법무부 징계위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 결정이 내려지는 대로 문 대통령이 조속히 이를 집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준구 허경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