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일 오후 자신의 총장직 복귀를 결정해준 법원 결정문에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맹종하면 안 된다”고 적힌 대목을 읽고 “의미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강조해온 윤 총장에게는 뜻깊은 법원의 판단이었던 셈이다. 윤 총장은 결정문을 읽은 뒤 곧장 “청으로 가겠다”며 대검찰청 복귀를 서둘렀다고 한다.
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총장은 지난 1일 오후 모처에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문이 전자송달된 직후 이를 내려받았다. 윤 총장은 결정문 중 재판부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간의 관계를 설명한 대목을 주의 깊게 읽었다. 윤 총장은 “의미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검찰총장이 장관의 지휘감독권에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는 구절에 대한 소감이었다. 윤 총장은 올해 들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여러 차례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했고 검찰 인사 때 의견을 묵살당했다. ‘식물 총장’ 소리를 들었지만,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은 일방적 상하관계가 아님을 강변했다. 집행정지 신청 이후 재판부에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지시의 ‘당부당’을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지위”라는 의견서를 냈다.
윤 총장 측은 검찰총장의 임기가 2년으로 보장된 것도 “정치적 중립을 위한 것”이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임기제는 결국 검찰총장을 함부로 해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추 장관의 이번 처분은 이 제도 취지를 몰각한 것이라는 논변이었다. 윤 총장 측은 재판부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의견을 받아들여 줬다고 해석하고 있다.
윤 총장은 결정문을 읽은 뒤 “청으로 가겠다”고 복귀 준비를 시작했다. 자택에 들른 뒤 정장 차림으로 대검찰청에 출근했다. 그가 대검에 도착하자마자 한 말은 “신속한 결정을 내려준 사법부에 감사한다”는 것이었다. 윤 총장 측은 “검찰총장직의 무거움을 판단해준 결정”이라며 “판례평석이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라는 평을 내놨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