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장관에 맹종 안돼’ 대목 읽고 “의미 있다” 서둘러 복귀

입력 2020-12-03 04:03
법원 결정에 따라 직무에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5시13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모습. 윤성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일 오후 자신의 총장직 복귀를 결정해준 법원 결정문에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맹종하면 안 된다”고 적힌 대목을 읽고 “의미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강조해온 윤 총장에게는 뜻깊은 법원의 판단이었던 셈이다. 윤 총장은 결정문을 읽은 뒤 곧장 “청으로 가겠다”며 대검찰청 복귀를 서둘렀다고 한다.

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총장은 지난 1일 오후 모처에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문이 전자송달된 직후 이를 내려받았다. 윤 총장은 결정문 중 재판부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간의 관계를 설명한 대목을 주의 깊게 읽었다. 윤 총장은 “의미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검찰총장이 장관의 지휘감독권에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는 구절에 대한 소감이었다. 윤 총장은 올해 들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여러 차례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했고 검찰 인사 때 의견을 묵살당했다. ‘식물 총장’ 소리를 들었지만,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은 일방적 상하관계가 아님을 강변했다. 집행정지 신청 이후 재판부에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지시의 ‘당부당’을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지위”라는 의견서를 냈다.

윤 총장 측은 검찰총장의 임기가 2년으로 보장된 것도 “정치적 중립을 위한 것”이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임기제는 결국 검찰총장을 함부로 해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추 장관의 이번 처분은 이 제도 취지를 몰각한 것이라는 논변이었다. 윤 총장 측은 재판부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의견을 받아들여 줬다고 해석하고 있다.

윤 총장은 결정문을 읽은 뒤 “청으로 가겠다”고 복귀 준비를 시작했다. 자택에 들른 뒤 정장 차림으로 대검찰청에 출근했다. 그가 대검에 도착하자마자 한 말은 “신속한 결정을 내려준 사법부에 감사한다”는 것이었다. 윤 총장 측은 “검찰총장직의 무거움을 판단해준 결정”이라며 “판례평석이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라는 평을 내놨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