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이 키운 ‘미디어중독’… 청소년 48.3% 사이버 폭력 경험

입력 2020-12-08 17:30
원격수업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미디어 접촉시간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재확산으로 등교수업이 다시 줄어들면서 학교 현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아이들의 학습부진과 미디어 사용시간 증가로 인한 스마트폰 중독, 사이버폭력, 자살생각 등 관련 부작용 때문이다.

올해 원격수업이 본격화되면서 학생들의 미디어 접촉시간은 기존보다 확연히 증가했다. 대한민국한림원이 전국 만 15~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 전환 후 학생들의 미디어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청소년의 65.5%가 온라인 수업 전환으로 인터넷·미디어 사용이 늘었다고 답했으며, 특히 스마트폰 사용과 동영상 시청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의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4.67점(2시간 이상~3시간 미만)이었지만, 온라인 수업 전환 후 5.18점(3시간 이상~4시간 미만)으로 평균 1시간 정도 늘었고, 동영상 시청은 평균 3.30(1시간 이상~2시간 미만)에서 4.01(2시간 이상~3시간 미만)점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미디어사용시간이 늘면서 미디어중독, 자살생각, 사이버폭력 등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수업 전환 후 자살생각을 경험한 청소년은 전체의 20%, 사이버 폭력을 경험은 48.3%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9년 한국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 및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한국청소년패널조사) 결과(자살생각 13.1%, 사이버폭력 경험 19%)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학습 격차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경기도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홍모 교사는 “최근 1학기 기초학력향상도 검사를 봤는데 예년보다 쉬운 문제들로 구성돼 있었음에도 학습 부진 기준인 60점을 간신히 넘는 아이들이 태반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는 아이들이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유독 올해 성취도가 낮은 아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의왕시의 한 중학교에서 중학교 1·2학년 학생을 가르치는 강모 교사도 “원격수업은 교육 효과가 떨어진다”며 “아이들이 초상권을 이야기하면서 출석 확인 때 외에는 원격 화면에 얼굴을 안 비추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교사는 수업을 듣는지 안 듣는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의료현장에서는 청소년들이 미디어를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터넷 환경 상 접촉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극적 콘텐츠에 노출될 우려가 커진다. 더욱이 청소년기는 전두엽이 미성숙해 충동성향이 높고 중독물에 빠져들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미디어의 즉각적인 만족만을 추구하다보면 자연히 학습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미디어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친구나 선생님과의 쌍방향 소통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 또 집에서라도 신체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