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야당’이라는 지적을 받던 국민의힘이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모처럼 주목을 받고 있다. 초선 의원들이 시작한 청와대 분수대 앞 릴레이 1인 시위가 어느덧 중진 의원들도 참여하는 당의 주요 ‘투쟁 창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103명 중 58명으로 과반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이 현안마다 무게감 있는 목소리를 내자 당내 최대 계파는 초선 의원으로 이뤄진 ‘초선파’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지난달 27일부터 6일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조치 등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질의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못한 탓이다.
초선인 김은혜 대변인은 2일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결과와 여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 강행 등에 따라 릴레이 시위가 ‘2단계 격상’이 가능함을 시사했다. 그는 “중진은 물론 원외 인사와 청년들로부터도 시위에 동참하고 싶다는 연락이 온다”며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1인 시위가 일어나는 것 등 다양한 2단계 격상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위 현장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물론 정진석 권영세 김기현 박진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다녀갔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 예비 대선 주자들도 얼굴을 비췄다. 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추운 날씨에 불통과 푸대접 속에서도 꿋꿋이 시위하는 초선 의원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 달라”며 힘을 싣기도 했다.
당 내에선 과거 친박계와 친이계로 나뉘어 중진 의원들이 주도하는 계파 목소리를 따라가기 급급했던 초선 의원들이 21대 국회에 들어와 당의 새 활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선 의원들이 참여하는 단체대화방은 의원들 소통으로 쉴 틈이 없다고 한다. 김 의원은 “당내 계파라는 걸 전혀 생각지 않는 이유는 각자가 특정 정치인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마음의 빚이 없기 때문”이라며 “여당이 공수처법 개정을 강행하고 검찰총장이 직무 정지되는 특수한 분위기에서 오히려 초선 의원들끼리 결속돼 한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1인 릴레이 시위는 물론 ‘명불허전보수다’ ‘미래혁신포럼’ 등 당 내외 연구모임을 주도하며 야권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이날도 초선 의원 10여명은 아침 일찍 안철수 대표를 강연자로 초청해 명불허전보수다 모임을 갖고 직후 국회 소통관으로 이동해 추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함께 움직였다.
초선인 허은아 의원은 “전날 자정까지 1인 시위를 하고도 아침 강연을 듣기 위해 찾아오는 초선 의원들의 배우려는 자세가 인상 깊었다”며 “기존 정치 역학을 생각하기보다 국민의 시각에서 반성하고 달라진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