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이 558조원 규모로 확정돼 집행된다. 여야는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넘기지 않도록 합의했다. 하지만 씁쓸하다. 애초 정부안 자체가 ‘초슈퍼 예산안’이었다. 올해 본예산 512조3000억원보다 43조5000억원(8.5%)이나 늘었다. 2019년, 2020년에 이어 3년 연속 8% 이상 증액한 것이다. 정부안 제출 때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추경을 거듭 편성한 데다 가파르게 오르는 국가 채무를 고려할 때 과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여기다 2조2000억원을 더 증액했다. 재원은 국채를 발행해 마련하기로 했다. 이미 세수 부족 등으로 내년에 90조원가량의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했는데 또 늘린 것이다.
코로나 비상시국임을 생각하면 증액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산 심의 과정을 보면 불필요한 낭비성 지출을 꼼꼼히 걸러내는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 예산 감시가 아니라 여야가 짬짜미해 지역구 민원 예산 늘리기 경쟁을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전체 17개 상임위 중 예비심사를 공식적으로 마친 13개 상임위 심사 결과를 종합하면 감액 요구는 236건에 불과했고 증액 요구는 그 9배가 넘는 2212건이다. 증액이 요구된 금액을 모두 합하면 9조6568억원에 달했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예산 퍼주기가 기승을 부린 흔적이 역력하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경제성 평가가 부실한 지역구 사업도 대거 포함됐다.
본심사에서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공식 회의보다는 비공개 예결위 ‘3인(예결위원장과 예결위 여야 간사) 협의체’를 통해 ‘밀실 심사’가 되풀이됐다. 진보성향 소수정당인 시대전환의 조정훈 의원은 지난달 상임위 예산 심의 중 “산자위 예산 소위에서 만장일치로 결의된 예산안이 거대 양당 간사의 합의로 바뀌었다”면서 “국회를 혼내 달라”고 성명까지 냈다. 올해 80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국가 채무는 향후 1년간 145조원 늘어 내년 말에는 94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정치권이 조금이라도 위기의식과 책임감이 있다면 이런 행태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사설] 초슈퍼 예산안에 또 증액… 예산 심의 하기는 한 건가
입력 2020-12-0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