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총장,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언하라

입력 2020-12-03 04:01
검찰이 사상 유례없이 흔들리고 있다. 총장부터 일선 검사까지 본연의 업무인 수사는 사실상 손을 놓고 오로지 ‘검찰 조직 지키기’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여권이 정권에 칼을 겨눈 윤석열 검찰총장을 흔들고, 몰아내려고 한 것이 1차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자초한 측면도 작지 않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의 발언이 사실상 퇴임 후 정치 참여를 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 것이 본격적인 사달의 시작이었다. 이 발언으로 윤 총장과 검찰은 정치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잖아도 윤 총장에 대해 의구심이 들고 있던 추 장관과 여권은 작심하고 공세에 나섰다. 추 장관이 지난달 24일 윤 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하면서 내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헌정 사상 초유의 조치에 전국 모든 검찰청사에서 검사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검란’이 일어났다. 이후 윤 총장이 법원에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법무부에선 감찰위원회가 진행됐다. 결국 법원과 감찰위가 모두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줘 일단락된 듯하지만 4일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예정돼 있는 등 여전히 상황은 악화일로다. 이 과정에서 검찰 조직 전체는 벌집 쑤신 듯 어수선하다. 법무부 차관에 이어 서울 중앙지검 제1 차장도 사의를 표명하는 등 사태는 오히려 확산될 조짐이다.

이런 상황을 종료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카드는 윤 총장 본인이 갖고 있다. 바로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하는 것이다. 윤 총장 스스로 정치적 오해에서 벗어나고, 대한민국 법치주의도 살리고,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도 제대로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여권은 물론 국민을 향해서도 이보다 더 확실한 명분이 어디 있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윤 총장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라’고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면 나올수록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더 의심받는다. 검찰 조직도 더 흔들린다. 윤 총장이 혹여 정치할 생각이 있다면 지금 당장 옷을 벗고 나가는 게 국민과 검찰 조직에 대한 도리다. 윤 총장은 1일 법원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결정이 나자 개선장군처럼 업무에 복귀하며 ‘국민의 검찰’이 될 것을 주문했다. 무엇이 국민의 검찰이 되는 길인지 윤 총장은 깊이 되새겨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