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제방부터 늘리는 건 홍수 피해 예방 근본책 될 수 없다”

입력 2020-12-03 04:05
염형철 국가물관리위원회 간사위원은 지난달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여름 대규모 홍수 피해는 부실한 하천 제방 관리에서 비롯됐다”며 “다만 홍수 피해를 막겠다고 댐과 하천 제방 등 시설물을 늘리는 방안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염 위원이 환경 전문가들과 강과 하천의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염 위원 제공

국토교통부의 하천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가운데 염형철 국가물관리위원회 간사위원(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은 각 부처에 흩어진 물 관련 기능을 통합하려면 최소 5~10년 이상 더 필요한 것으로 전망했다. 염 위원은 지난달 세종 어진동 위원회 집무실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여름 대규모 홍수 피해는 부실한 하천 제방 관리에서 비롯됐다”며 “다만 홍수 피해를 막겠다고 무작정 댐과 하천 제방 등 시설물부터 늘리는 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여름 홍수 대응 문제는.

“부실한 하천 시설 관리가 홍수 피해를 키웠다고 생각한다. 섬진강 댐 제방은 방류 전에 이미 무너지기도 했다. 용담댐 하류에는 제방이 없는 곳도 많았다. 기상이변을 탓할 문제가 아니다. 하천 제방은 국토부 소관이다. 국토부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사전에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수문 개방에도 문제는 있었다. 오랜 기간 홍수를 겪지 않으면서 치수(治水)보다 방수(防水)에만 집중해 갑자기 많은 빗물을 방류하게 된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홍수 피해를 줄이는 근본 대책은.

“홍수 피해를 막겠다고 댐과 하천 제방 등 시설물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쏠리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제방을 높이고 계획홍수위를 늘리는 걸 기후위기 대응으로 보기 어렵다. 비구조적인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예·경보 정확도를 높여 충분한 시간을 갖고 주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방법이 있다. 홍수 위험이 매우 큰 지역에는 사람이 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존에는 하천 제방 위주의 선적(線的)인 홍수방어 대책 중심이었다. 하천을 따라 양쪽에 제방을 쭉 늘어놓는 식이다. 이제는 면적(面的)인 대응을 해야 한다.”

-공정한 수해 원인 조사가 이뤄지려면.

“환경부가 댐관리조사위원회에서 댐하류 수해원인 조사협의회로 확대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 대표자가 협의회에 참가하게 됐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주민 참여는 불가피했다고 본다. 다만 조사에 참여하는 주체들 간 타협으로 끝날까 우려된다. 수해 원인을 이상기후에 따른 천재지변으로 결론 내리면 하천 시설 운영 주체는 책임에서 벗어나고 주민들은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과연 이것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까 걱정스럽다. 협의회에 사회적 합리성을 대표하는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과거 붉은 수돗물 사태가 터졌을 때 전국의 노후 관로를 교체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양치는 안 하고 틀니부터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뒤늦게 ‘스마트 워터그리드’라는 관망 제어 시스템으로 시설 투자 방향을 전환했다. 향후 대책까지 고려해 제대로 된 수해 원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홍수 때 물관리위원회가 보이지 않았는데.

“물관리위원회가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위원회에 한계가 있다고도 본다. 직접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나 의무사항이 없었다. 국민 시선에는 위원회가 왜 아무것도 안 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데 워낙 제한적인 상황이었다. 법에서 부여한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안이한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위원회 자체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해 원인 등을 파악하고 있다. 환경부가 조사하는 부분을 똑같이 할 순 없으니 그들 영역에서 빠져 있는 빈틈을 들여다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원인을 조사하는지 평가하는 역할도 할 계획이다.”

-합리적인 통합물관리를 위해 조언한다면.

“통합물관리가 미흡한 건 사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한국에 물 관련 법률이 65개, 이와 관련된 계획이 85종 있다. 시·도·군으로 내려오면 약 1000개의 계획으로 분산되는데 5~10년 터울로 계획이 수립된다. 현시점의 물관리 일원화는 국토부 물관리 기능 일부만 환경부로 이관한 수준이다. 환경부·국토부·행안부·농식품부·산업부 등에 물 관련 법과 조직이 흩어져 있다. 통합 운영을 위해 설계하려니 손대야 할 법이 한두 개가 아니다. 통합물관리 체계가 정립되려면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은 필요하다. 급하게 밀고 나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국토부에 남아 있는 하천 기능은 최대한 빠르게 환경부로 통합하는 것이 현명하다.”

-국가물관리위원회의 향후 역할과 계획은.

“4대강 보 처리 결정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비된 건 아쉽다. 연내에 금강 3개 보를 비롯해 영산강 2개 보 처리 방안의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와 별도로 한국수자원공사·한국환경공단·한국농어촌공사와 협약을 맺고 공동업무를 하고 있다. 꽤 많은 양의 공동사업을 발굴했고 내년부터 주요 사업에 이를 반영하기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 가령 농업용수는 값이 없으므로 용수량 데이터도 불확실하고 물을 아끼기 위한 노력이 많이 부족하다. 농촌 비점오염원은 전체 비점오염원의 80%를 차지한다. 수질 관리에도 농촌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별다른 관심이 없다. 농업용수와 관련된 각종 데이터를 예측하고 측정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물관리위원회가 3개 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강과 하천을 살리려고 어떤 노력을 하나.

“강을 홍수 통로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원으로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여의도 샛강도 원래는 하천 부지인데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서울시 면적의 10.4%가, 전 국토의 5.0% 정도가 하천 지역이다. 자연 생태계가 보존되는 생활녹지는 인간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국토의 격을 높이고 시민 삶의 질도 개선된다. 강과 홍수, 그리고 인간이 가까워지는 방향을 계속 찾겠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통합물관리 이대로 좋은가]
▶①
▶②
▶③
▶④
▶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