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1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효력을 정지하면서 “장관의 총장 지휘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검찰총장 임기를 2년으로 정해놓은 검찰청법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이 명령한 직무배제의 정당성까지 부정하는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1일 직무배제 집행정지 사건 결정문에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관계 및 총장 임기제를 보장한 검찰청법 취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간 추 장관은 윤 총장과의 갈등 과정에서 ‘총장이 내 명을 거역했다’고 해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윤 총장은 앞서 국정감사에서 “총장이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직격했었다.
조 부장판사는 법무부 장관 지휘에 검사가 복종함이 당연하지만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또 총장이 장관 지휘에 맹종할 경우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조 부장판사는 검찰이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스스로 공정성을 잃게 될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 장관 지시가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는 법질서 수호와 인권보호, 민주적 통제를 위해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했다.
조 부장판사는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직무배제 권한 행사가 더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무배제가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 전횡으로 나아가선 안 된다고도 했다. 직무배제 조치의 지속은 사실상의 해임이나 다름없고 이는 총장 임기를 정한 검찰청법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앞서 곧 검사징계위원회 절차가 진행될 것이므로 효력정지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윤 총장이 직무집행을 계속할 경우 공정한 검찰권 행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계절차가 언제 종결될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윤 총장의 지위를 회복할 긴급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또 총장 직무배제는 검찰공무원의 업무 수행에 지장과 혼란을 줄 우려가 있고 이 또한 중요한 공공복리라고 했다. 결국 직무배제를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고 윤 총장의 직무 복귀가 공공복리에 나쁜 영향을 미칠 우려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 결정은 검사징계위 의결에 따른 징계가 아닌 직무배제에 대해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이 검찰총장의 독립성 등을 강조한 만큼 추가적인 행정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직무배제의 정당성도 부정한 결정이라 추 장관에게 큰 타격”이라며 “향후 징계에 따른 추가 소송이 벌어질 경우에도 법무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윤 총장의 기일 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2일로 예정됐던 검사징계위를 오는 4일로 연기했다. 충분한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전날 고기영 법무부 차관의 사표 제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고 차관은 검사징계위의 당연직 위원이다. 추 장관은 징계를 청구한 당사자는 심의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규정 때문에 위원장을 맡지 못한다. 다만 추 장관이 지정하는 위원이 위원장을 맡게 된다. 법무부는 조속히 후임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징계위가 열려 해임 처분 등이 나오더라도 윤 총장 측은 추가로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등 끝까지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성원 구자창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