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위원들, 尹 감찰과정 ‘위법·부당’ 확인 이견 없었다

입력 2020-12-02 04:03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 진술을 마치고 청사를 나가고 있다. 감찰위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수사의뢰 과정에 절차상 결함이 있어 부당하다고 만장일치로 결론 내렸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 1일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는 ‘재판부 사찰’ 의혹과 관련해 “죄가 안 된다”는 감찰기록이 과연 임의로 삭제됐었는지부터 비중 있게 따져졌다. 감찰위원들은 삭제 사실을 폭로했던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에게 실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질문했다. 이 검사는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있는 자리에서 “삭제 지시가 있었다”고 답했다.

감찰위원들은 이 검사에게 다른 관계자 없이 홀로 진술을 해도 좋다고 안내했지만, 이 검사는 오히려 박 담당관과의 ‘대질’을 신청했다고 한다. 이 검사는 법리검토 결과가 윤 총장의 직권남용죄 불성립이었으며, 이 기록의 삭제가 명백히 본인의 의사에 반해 박 담당관 지시로 이뤄졌음을 차분히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국민일보 12월 1일자 2면 참조). 해당 기록은 법무부가 대검찰청에 윤 총장을 수사의뢰한 내용과 모순되는 것이었고, 이 때문에 수사의뢰 이후인 27일 오후에 빠졌다는 게 이 검사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위원들은 윤 총장 감찰 및 수사의뢰 과정에서 적법한 보고와 승인 절차를 거쳤는지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감찰 업무를 총괄하는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윤 총장 수사참고자료 전달, 수사의뢰 등 중요 의사결정 과정마다 배제됐다는 논란(국민일보 12월 1일자 2면 참조)에 대해 설명을 요구한 것이다. 류 감찰관은 “11월 초부터 보고받은 것이 없다”며 이른바 ‘패싱’이 사실임을 감찰위원들 앞에서 확인했다. 박 담당관은 “보안이 필요했다”고 맞섰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류 감찰관과 박 담당관 사이에 “사과하시라”는 말이 오갔고, 감찰위원들은 같은 당사자 격인 법무부 관계자끼리 언쟁하는 장면에 놀랐다고 한다. 박 담당관이 “지시에 따라 보고하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이 연루됐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라는 반응이 나왔다.

윤 총장 감찰 과정에서의 여러 비정상적 장면들이 확인되면서 감찰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위법 부당’ 의견을 모았다. 법무부에 대한 신뢰 문제도 만장일치 의견에 참고됐다. 법무부는 앞서 이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죄 안 된다’는 기록의 삭제 사실을 폭로하자 “삭제된 사실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냈었다.

법무부는 애초 감찰위 없이 바로 징계위원회 절차에 돌입하려다 류 감찰관, 일부 외부 감찰위원들의 강력한 요구로 이날 감찰위 임시회의를 열었다. 감찰위원들은 아무런 자료도 받지 못한 채 회의에 참석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감찰위가 의견을 낸 직후 “감찰위 권고 사항을 충분히 참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소명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찰이 진행됐다”며 감찰위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윤 총장은 법무부가 징계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하고, 징계위원 명단도 공개하지 않아 방어권을 침해당했다며 징계위 기일 연기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늦게 당초 2일로 예정됐던 징계위원회를 4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구승은 이경원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