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잠시 보류해놨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의 속도전을 예고하며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야당의 강한 반발 속에도 공수처법을 포함해 국가정보원법과 경찰청법 등 개혁 법안들이 일제히 처리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이들 법안이 본회의에 오르기 전 마지막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 카드도 거론되는 가운데 정기국회 폐회일인 9일까지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를 전망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이번 주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시작해 정기국회 안에 매듭짓겠다”고 약속했다. 자가격리 중인 이 대표는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당원께 드리는 편지’를 올려 “검찰 개혁에 대해 여러분의 걱정이 더욱 크다는 것을 잘 안다”며 공수처법 정기국회 내 처리를 강조했다. 또 나머지 권력기관 개혁 입법 과제인 국가정보원법, 경찰청법 개정안의 정기국회 통과도 약속했다.
이 대표는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도 화상으로 참여해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법사위 간사 백혜련 의원에게도 거듭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 대표는 “정기국회 열흘에 문재인정부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수처법은 정기국회 내 처리를 부동(不動)의 전제로 해서 김태년 원내대표, 윤 위원장, 백 의원님 등께서 대처해주리라 믿는다”고 했다.
지난 26일 이후 멈춰 있던 법안1소위는 4일 재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5, 26일 두 차례 소위에서 개정안 내용을 충분히 논의한 만큼 다음에 열리는 소위에서 곧바로 단독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여당은 이후 7, 8일 이틀간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고 공수처법과 국정원법, 경찰청법을 차례로 처리한 뒤 9일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국정원법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경찰청법 처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법사위 고유법으로 별도의 체계·자구 심사가 필요 없는 공수처법은 마지막까지 처리를 미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윤 위원장의 간사 교체 발언 등에 대한 사과 없이는 모든 법사위 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법사위원장의 무례한 막말로 발생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본회의에서 이른바 ‘BTS법’(입영연기법) 등 민생 법안 51건을 처리했다. 유명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국가 위상을 높인 한류스타들이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한 병역법 개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또 ‘공무원 구하라법’으로 불린 공무원연금법·공무원재해보상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양육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공무원 유족에게 퇴직 유족급여나 재해 유족급여 지급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밖에 고위 공직자의 주식 관련 이해충돌 방지를 강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