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보 당국이 30일(현지시간) 핵 과학자 모센 파흐리자데 총격 암살 사건과 관련해 수많은 단서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사건 직후부터 줄곧 이스라엘의 해외정보·공작기관인 모사드를 파흐리자데 암살의 배후로 지목해 왔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이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테헤란타임스 등 이란 언론에 따르면 마무드 알라비 이란 정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보기관과 군이 테러 직후부터 온갖 측면에서 이번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수많은 단서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상 이유로 모든 정황이 명확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자세한 사항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진상이 규명되는 대로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3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 핵 과학자 암살 사건의 배후는 이스라엘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시아파 맹주 이란의 핵무장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며 중동 내 이란 고립을 핵심 대외정책 방향으로 삼는 이스라엘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중동 구상을 저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테러를 저질렀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란의 핵 포기,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 해제를 골자로 하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암살 배후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엘리 코헨 정보부 장관, 유발 스타이니츠 에너지부 장관 등 이스라엘 고위 관료들은 파흐리자데 암살이 중동 및 국제 안보에 긍정적인 일이라며 전 세계가 이스라엘에 감사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의 사령관급 장성인 무슬림 샤단이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국경을 넘다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폭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폭격 주체가 밝혀진 건 아니지만 시리아 영공에서 드론 등으로 영공을 침범해 폭격작전을 펼치는 국가는 주로 이스라엘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출신 미국 언론인으로 중동 전문가인 하산 하산은 트위터에 폭격 보도를 공유하며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 보도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매우 큰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 외무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재외 외교공관에 이란의 보복에 대비해 보안 절차를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라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들은 이 서한에 대해 극히 이례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