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울산 현대와 FC 서울이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 기로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아쉽게 K리그1·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을 놓친 울산과 다소 침체된 한 시즌을 보낸 서울은 이번 ACL 무대가 리그에서의 아쉬움을 씻어낼 절호의 기회다.
울산은 30일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ACL 조별리그 F조 5차전에서 윤빛가람의 멀티골 대활약을 앞세워 FC 도쿄(일본)에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울산은 이 승리로 ACL 5경기 연속 무패(승점 13·4승1무)를 질주하며 다음달 3일 상하이와의 최종 6차전 결과와 상관없이 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도쿄(승점7), 상하이 선화(중국·승점6), 퍼스 글로리(호주·승점0) 모두 울산과 승점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울산은 K리그 4룡(龍) 중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지으며 올 시즌 국내 무대에서의 회한을 씻어버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울산은 K리그1에서 7월 12일 11라운드부터 10월 24일까지 3달 넘게 1위 자리를 고수했지만, 같은 달 25일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0대 1로 져 2위로 떨어진 뒤 결국 2019시즌에 이어 연속 준우승에 머무는 아픔을 맛봤다. FA컵은 우승컵을 들어올릴 또 다른 기회였지만 울산은 여기서도 전북을 넘어서지 못하며 국내 무대 무관에 머물렀다.
아시아 무대는 다르다. 울산은 퍼스와 3·4차전에 이어 이번 5차전에서도 후반 막판 결승골을 뽑아 승리했다.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 승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도쿄전 뒤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경기에 대한 집중도가 상당히 높다”며 “위닝 멘털리티가 생긴 것 같아 이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울산이 16강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상대는 공교롭게도 K리그1 팀인 서울이다. 서울은 30일 열린 E조 5차전에서 베이징 궈안(중국)에 1대 3으로 졌지만,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치앙라이 유나이티드(태국·이상 승점 4)의 2대 2로 무승부로 E조 2위(승점 6)를 유지했다.
E조에선 베이징이 5연승을 거두며 1위(승점 15)를 이미 확정했지만, 서울도 오는 3일 멜버른에 무승부 이상을 거두면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올 시즌 부진한 성적(K리그1 9위) 등 이유로 감독대행만 3명을 임명하는 등 내홍을 겪은 서울로선 이번 ACL이 자존심을 회복할 시즌 마지막 기회로 볼 수 있다. 이원준 감독대행은 “매 경기를 결승전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울산에 무관의 아픔을 안긴 전북은 1일 열린 ACL H조 5차전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와 경기에서 1대 4 대패를 당해 아시아 대회 도전을 조기에 마감했다. 올 시즌 J1리그 중위권에 위치했던 요코하마를 상대로 K전북은 슈팅(9-14) 점유율(45%-55%) 등에서 모두 밀릴 정도로 무기력한 플레이를 보였다. 창단 첫 ‘트레블(리그·FA컵·ACL 석권)’ 도전도 실패로 막을 내렸다.
수원은 같은 날 G조 3차전 광저우 헝다(중국)와 경기에서 1대 1로 비겼다. 승점 2점으로 조 3위(골득실 -1)를 유지했다. G조에서는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이 정부 방침에 따라 대회 출전을 포기하면서 4차전까지만 열린다. 2위 광저우(승점 5·골득실 0)는 조별리그 경기를 마쳤다. 수원은 16강에 자력 진출하기 위해 1위 빗셀 고베(일본·승점 6)를 2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