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고인 의원’ 법사위 배치, 이해충돌 독려하나

입력 2020-12-02 04:03
친여 성향 열린민주당 대표인 최강욱 의원이 지난 30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보임된 것은 국회가 이해충돌 방지에 나서기는커녕 독려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최 의원은 21대 국회 개원 당시에도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돼 법사위행이 무산된 바 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총선과 관련해서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있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과 장모를 고발한 당사자다. 그렇기에 피고인 및 고발인 신분인 그가 법원과 검찰을 관장하는 법사위를 맡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 서둘러 보임이 철회돼야 할 것이다.

최 의원의 법사위 보임은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 움직임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29일 상임위 소관 사항과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의원이 해당 상임위에 갈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운영위에 제출했다. 최 의원이 여러 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개정안 취지대로라면 법사위원으로 부적절할 테다. 박 의장이 법안을 제출하며 “국회도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실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는데도, 바로 이튿날 최 의원의 법사위행을 허용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의장의 ‘소신충돌’ 아닌가. 재판이 끝났다면 모를까 개원 당시와 달라진 게 없는데도 그때는 법사위행을 막고, 지금은 허용하는 게 과연 온당한가.

최 의원 보임으로 법사위 회의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앞으로 법사위에서 조 전 장관 문제나 윤 총장 사안이 다뤄질 때마다 최 의원과 관련한 이해충돌 시비가 일 것이다. 지금도 법사위 회의의 상당 부분이 조 전 장관과 윤 총장 관련 내용이다. 또 법원이든 검찰이든 최 의원이 발언할 때마다 무언의 압박으로 느낄 수도 있다. 야당 법사위원들이 최 의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보임 철회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최 의원의 보임으로 법사위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정쟁의 장으로 전락할까 벌써부터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