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우리의 약함도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습니다

입력 2020-12-10 03:03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열정’이라고 언급하는 책들을 자주 봅니다. 그런 책들을 보며 격하게 공감하면서 ‘실력은 부족해도 되지만 열정 없는 사람은 안 된다. 특히 목회는 더 그렇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부교역자들에게도 “열정을 갖고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 불이 있어야 한다”라고 얘기해왔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렇게 세상 속에서 경험을 통해 배운 삶의 지혜들을, 말씀을 통해 여지없이 깨뜨려버릴 때가 있습니다. 우리 생각을 완전히 뒤엎으시고 ‘나는 못 합니다. 의욕도 없고 비전도 없습니다’ 하는 사람을 하나님이 쓰시더라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모세는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의 소유자였습니다. 40세 때 동족들을 향한 사랑도 뜨거웠고 말로만 사랑이 아니라 즉각적인 행동력까지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때 모세를 사용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광야를 떠돌며 과거 찬란했던 젊음과 열정이 다 사라진 뒤 나이 든 모세가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고 고백하던 그때 사용하십니다.

이렇게 출애굽기에서 하나님이 모세를 부르시는 동안, 모세는 다섯 번이나 하나님의 부르심을 거절합니다. 계속 거절하는 사람에게 같이 하자는 얘기를 몇 번까지 할 수 있을까요. ‘삼고초려’라고, 세 번까지는 몰라도 네 번 거절한 사람에게 다섯 번까지 손을 내미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끝까지 모세를 부르십니다. 열 번, 아니 스무 번도 더 그를 부르시고 이적을 보여 주시며 설득하셨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모세의 거절을 다 견디고 용납하시면서 그를 부르시는 것은 우리의 삶도 그렇게 할 때, 하나님 나라의 역사가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한 번 순종 안 했다고 단번에 정리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기다리고 용납하고 받아주면서, 마침내 열정도 없고 실력도 없지만 사랑하는 우리로 하여금 사명을 감당하게 하시는 것이 하나님의 방식입니다.

과거 제가 가장 듣기 싫었던 소리는 ‘우유부단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우유부단하다는 말은 결단력이 없다는 뜻이고 자신만의 색깔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용기도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뭔가 빨리 결정할 용기가 없고 책임질 용기도 없어서, 언제나 우유부단한 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항상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을 보면서 처음으로 우유부단함이 하나님 앞에 가면 좋은 게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우유부단함이 하나님께 가면 어떻게 됩니까. ‘온유함’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세가 하나님께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하더라”(민 12:3)는 평가를 받지 않았습니까.

우리의 우유부단함도 쓰시는 하나님, 내 가장 약한 부분을 쓰시는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열정 가득한 40세의 모세를 사용하지 않으시고, 우유부단한 80세의 모세를 사용하셨습니다. 우리의 약함도 하나님의 계획 안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하나님은 간절히 기도한다고 갑자기 없던 능력이 생기게 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내 강한 부분은 전혀 사용하지 않으시고, 내가 가장 약한 부분을 사용하십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시면서 은혜와 감사로 사명을 감당하게 하시고 그 약한 부분에 열매가 맺히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나는 약하나 내 모든 거절을 다 받아 주시고, 열정 없고 우유부단하며, 약한 나를 있는 그대로 용납해 주시는 주님 때문에 우리는 강하며, 우리는 소망이 있습니다.

심충열 목사(서울 광현교회)

◇광현교회는 영혼을 구원하고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예수 복음을 온 세대에 전합니다. 죄로 인해 고통받는 세상을 복음으로 치유하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