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 멘 정세균 총리 “尹 자진사퇴 불가피”

입력 2020-12-01 04:02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극한 갈등이 앞으로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다며 윤 총장의 자진사퇴 해법을 직접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저도 고민이 많다”며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사태 해결을 고심 중이라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윤 총장 직무집행 정지 사건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심문이 이뤄지고, 2일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등 사법적인 절차가 본격화되기 전에 정 총리가 서둘러 정치적 해법 모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징계절차와 상관없이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을 윤 총장이 자초했다”며 “자진사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여권 관계자들이 전했다. 한 여권 인사는 “정 총리가 평소 (두 사람 갈등에 대해) 갖고 있던 문제의식을 전달했고, 검찰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정 총리는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거론한 것과 달리 추 장관 거취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정 총리가 현 상황이 국정운영에 부담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윤 총장의 거취가 결정되는 대로 추 장관 또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 총리가 사실상 총대를 메고 문 대통령에게 전격 건의한 것은 서울행정법원 결정이나 징계위원회 판단 전에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행정법원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거나 징계위에서 만약 경징계를 내릴 경우 오히려 문 대통령의 선택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총리의 건의는 윤 총장에게 직접 사퇴 결단을 촉구하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동시에 어떤 식으로든 문 대통령이 직접 윤 총장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정도로 위중한 상황임을 강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 국면이 길어지면서 민주당에서는 “이제는 누가 사퇴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현 상황을 서둘러 수습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주례회동 직후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든 공직자는 기본으로 돌아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며 “공직자들은 소속 부처나 집단이익이 아니라 공동체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관행이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급변하는 세계적 조류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며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결정 전까지 침묵하리라던 예상과 달리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직무배제 이후 엿새 만에 공개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직접적으로 검찰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추 장관의 행보에 반발하는 검찰 조직에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재현 김영선 손재호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