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30일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우회적으로 검찰에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방식을 택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총대를 메고 ‘윤 총장 자진사퇴’를 건의했음에도 본인의 원칙과 정치적 해법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정 총리에게 “저도 고민이 많습니다”고 한 언급이 이를 대변한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사퇴 여부를 결단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윤 총장이 먼저 사퇴한 뒤 추 장관도 교체하는 ‘추·윤 동반사퇴’ 또는 ‘순차사퇴’ 방식으로 현 정국을 수습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직자들은 소속부처나 집단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이익을 받들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언급을 했다.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낡은 것과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도 했다. 윤 총장이나 검찰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공직자의 개혁의지를 독려하면서 검찰개혁에서 후퇴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간접적으로나마 추 윤 갈등과 검찰 반발에 대해 언급한 건 처음이고, 윤 총장 직무배제 이후 엿새만이다. 이 발언은 정 총리가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에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을 만나는 주례회동 직후에 나왔다. 공교롭게도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의 심문기일에 나온 발언이기도 하다.
정 총리가 내놓은 안은 2일 열리는 법무부 징계위에서 결론이 내려지기 전에 윤 총장이 자진사퇴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정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추 장관 거취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가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추 장관의 거취를 연계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 총리가 “윤 총장의 징계 문제가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한 배경에는 윤 총장과 함께 추 장관이 책임을 지고 이 사태를 털어내야 한다는 의중이 담겼다는 의미다.
이처럼 일각에서 추 장관-윤 총장 동반사퇴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는 데에는 어떻게든 조기에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끌어내야 한다는 여권 핵심부의 절박감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징계위에서 해임·면직 등의 중징계가 내려지고 문 대통령이 이를 재가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본인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본인이 해임해야 하는 모양새가 돼 향후 국정운영에 심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문 대통령은 결단의 시간을 맞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윤 총장을 사퇴시킬 만한 강제수단은 없는 상황이다. 윤 총장이 버틴다면 법무부 징계위를 거치지 않고서 해임할 방법은 없다. 정 총리의 작심 건의는 문 대통령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선 강준구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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