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지난 10월 12일 연회 감독을 선출했다. 감독은 연회의 행정적·영적 수반으로 임기는 2년이다. 연회는 지역별로 12개(미주자치연회 포함)가 있다. 국민일보는 한국교회의 주요 교단 중 하나인 기감의 향후 2년을 전망하기 위해 신임감독 연속 인터뷰를 마련했다. 첫 순서로 지난 25일 서울남연회 감독 김정석(광림교회) 목사를 서울 강남구 교회에서 만났다. 서울남연회는 서울의 한강 남쪽 지역을 담당하는 연회로 420여개 교회와 1000여명의 목회자, 10만여명의 교인이 소속돼 있다. 김 감독은 2001년 광림교회 6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뒤 19년간 사역하고 있다.
인터뷰=정진영 종교국장
-서울남연회 감독으로 2년간 활동하게 됐다.
“큰 책임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서울남연회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연회 감독은 섬기고 봉사하는 직분이다. 연회 공동체를 세워가기 위해 소통하고 연회 안의 모든 교회가 평안하게 사역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감독이 되려 한다.”
-연회 산하에 미자립교회들이 많다. 어떤 대안이 있으신지.
“비전(미자립)교회들이 코로나19로 더 큰 어려움에 빠져 안타깝다. 우리 연회만 해도 47%가 비전교회다. 상생하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 서울남연회는 2021년부터 연회 안의 130여 교회를 선정해 재정지원과 목회적 지원을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도학교와 기도학교를 마련해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도 한다. 연회에 속한 대형교회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상생을 위한 길을 모색하겠다.”
-기감이 감독회장을 둘러싼 소송으로 10여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척 안타깝다. 교회 공동체가 본질을 잃은 게 문제의 원인이라고 본다.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데만 신경 쓴다면 분쟁과 소송은 사라질 것이다. 본질을 잃으니 다른 데 신경을 쓰는 것이다. 감독회장도 섬기는 직분이다. 목회자들이 교회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한 사람의 영혼을 더욱 귀하게 여기면서 복음을 전한다면 더 좋은 감리교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본다. 세계적 농구선수인 마이클 조던과 골프 선수인 타이거 우즈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매일 자유투를 1000개씩 던지고 퍼팅을 연습만 하는 것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인 셈이다. 모든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코로나19 가운데 광림교회는 현장예배를 이어왔다. 예배의 의미는 무엇인가.
“개인의 신앙은 공동체 안에서 성숙할 수 있다. 예배를 드리며 하나님 안에서 형제와 자매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다. 예배는 성도에게 가장 가치 있는 행위다. 코로나19로 교회 형편에 따라 모이는 예배와 온라인 예배를 병행하거나 당분간 온라인 예배로 전환한 경우도 많다. 중요한 건 예배의 가치가 훼손당하지 않는 것이다. 온라인 예배냐 모이는 예배냐를 두고 서로 상처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광림교회는 정부가 제시한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지자체와 소통하면서 예배를 이어왔다. 최근 한 방송사가 방역수칙 모범 사례로 취재했다. 안전한 예배를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 어떤 기관보다 철저하게 방역할 예정이다.”
-추수감사절 예배 때는 개인 성찬기로 성찬식도 하셨다고 들었다.
“코로나19 이후 세 차례 개인 성찬기로 성찬식을 진행했다. 사탕수수로 만들어 자연 분해되는 용기에 성찬 떡과 포도주를 담았다. 안전하게 성찬식을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광림교회의 선한소비운동이 큰 관심을 끌었다. 기획한 배경이 있다면.
“교회는 코로나19 경증환자를 위해 교회 시설을 개방했다. 이게 시작이었다. 2000여명의 교인이 세 차례 전통시장을 찾아 2억원 정도를 소비했다. 교회가 2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했지만,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더 큰 돈을 들여 물건을 샀다. 이 물품은 모두 어려운 이웃과 시설에 전달했다. 어려움을 당한 상인과 소외된 이웃을 동시에 도와 보람이 컸다. 특별할 건 없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생각해보면 정답이 있다고 본다.”
-최근 포괄적 차별금지법 철회를 위한 기도회가 광림교회에서 열렸다.
“성서적 가치가 중요하다. 동성애 문제도 그렇다. 소수자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소수자 인권을 보장하려다 다수의 가치나 자유가 억압당해서는 안 된다. 이미 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많은 법이 있으므로 ‘포괄적’이라는 용어를 붙여 별도의 법을 추가 제정하는 건 불필요하다고 본다.”
-올해 성역 30주년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회와 새해 계획을 소개해 달라.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고난을 겪으면서 교회가 사회에 공헌할 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복음과 실천은 함께 가야 한다. 신앙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고난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새해에는 모든 게 회복돼야 한다. 예배가 회복되는 게 시급하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우리 삶은 코로나19 이전과 다를 것이다. 결국, 우리는 하나님께만 소망을 둬야 한다. 이를 통해 내 안의 이기심과 죄를 극복해야 한다. 죄를 극복하면 영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삶의 질도 높아진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