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의 진실이 40년 만에 법정에서 가려졌다. 사법부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목격자들과 계엄군이었던 이들의 증언으로 헬기사격이 충분히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30일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980년 5월 21일 헬기사격 피해자, 법정 증언 14명, 수사기관 종사자 2명의 진술은 충분히 믿을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의 일부 진술 역시 공소사실과 들어맞는다”고 밝혔다.
기소된 지 2년6개월 만에 내려진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계엄군 집단발포는 무장한 폭도에 맞선 자위권 발동”이라고 강변해온 신군부와 일부 극우세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라 주목된다.
재판부는 “501항공대 소속 500MD 헬기 부조종사는 ‘광주공원에서 한 번 위협사격하라’는 교신을 받았고, 31항공단 탄약관리 하사는 5월 21일 헬기 실탄이 3분의 1가량 소모됐다고 진술했다”며 “이는 당시 헬기가 기관총으로 도심 상공에서 시민들을 향해 사격했다는 유력한 정황증거”라고 덧붙였다. 이어 “군 관련 문서에도 무장헬기 동원 사실, ‘공중화력 지원’ 문구 등이 기록돼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면서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라고 한 발언은 ‘추상적 의견’ 표명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 어긋난 것으로,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라 인정된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2018년 5월 기소됐다.
선고에 앞서 김 부장판사는 전 전 대통령을 향해 “당시 일에 가장 큰 책임을 진 피고인이 숱한 고통을 겪어온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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