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두환, 5·18 명예훼손 유죄… 당연한 판결이다

입력 2020-12-01 04:02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재판부가 30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재판부는 선고 공판에서 “전씨가 미필적으로나마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이 허위라고 인식하면서 고의로 조 신부를 회고록에서 비난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정부 기관의 공식 조사를 통해 헬기 사격이 사실이라는 게 이미 확인된 바 있어 당연한 판결이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공식 인정한 첫 형사 판결인 데다 5·18 학살의 최고 책임자인 전 전 대통령의 진상 왜곡을 단죄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5·18은 12·12 군사반란으로 군권을 장악한 뒤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통해 정권을 찬탈하려는 신군부에 저항하는 광주시민들을 계엄군을 출동시켜 무차별 살상한 사건이다.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5·18 희생자(2018년 12월 현재)는 정부 보상이 이뤄진 것만 해도 사망 155명, 상이 후 사망 113명, 행방불명 84명, 상이 7721명, 연행·구금 1610명 등이다. 이렇게 많은 국민을 정권 탈취의 제물로 삼았는데도 전 전 대통령은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아직까지도 사죄하지 않고 있다.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지만 당시에도 이후에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2017년 4월에는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없었다며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민형사 재판에 넘겨졌다. 민사소송에서는 2018년 9월 패소해 7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고 이번에 형사재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장은 “5·18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많은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걸핏하면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줄곧 혐의를 부인해 온 그의 태도로 미뤄볼 때 기대난망이다. 전 전 대통령은 국민화합을 명분으로 97년 12월 특별사면한 취지를 거스르고 5·18 희생자와 유족들을 조롱하고 있다. 그런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더 엄중한 단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