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검사에서 총장대행까지 잇단 반발, 무겁게 받아들여야

입력 2020-12-01 04:01
윤석열 검찰총장 대신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3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직무집행 정지 처분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조 차장검사는 “총장이라고 어찌 흠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마는 저를 포함한 대다수 검사는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쫓겨날 만큼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방법으로 총장 임기가 보장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무너진다면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중대한 우를 범할 수 있다”며 “검찰 개혁의 대의를 위해 한발만 물러나 달라”고 호소했다.

조 차장검사의 입장 발표는 최근 잇따르는 검사들의 집단 항의 사태가 검찰 최고위층에도 공감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추 장관이 지난 24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를 발표한 뒤 대검 연구관들에 이어 검사들의 단체성명이 꼬리를 물고 있다. 평검사뿐 아니라 고검장과 검사장들의 반대 성명이 나왔고 추 장관 직속인 법무부 검찰국 소속 검사들의 항의 사태에 이어 법무부 과장들도 추 장관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채택했다.

평검사들의 항의는 과거 ‘검란’이라고 불린 집단행동 때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국 18개 지방검찰청과 41개 지청 전부가 참여한 적은 없다. 그간 검찰 개혁 방안에 침묵을 지키던 검사들의 반발은 추 장관이 내린 조치의 부적절성, 초법성 등에 대한 검사들의 공감대가 그만큼 넓다는 방증일 것이다.

윤 총장 징계와 수사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됐던 검사는 ‘판사 사찰’ 논란을 빚고 있는 문건의 법리 검토 결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성립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보고서 내용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징계 전에 거치도록 돼 있는 감찰위원회를 건너뛰기 위해 법무부가 훈령을 고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들은 윤 총장을 찍어내려 무리수를 뒀다는 확신을 검사들에게 주기에 충분하다. 오는 2일 법무부 징계위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당에서는 검사들의 움직임을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고는 대한민국의 검사 한 명 한 명을 집단이기주의에 물들었다고 매도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려 하기보다 시민단체 등의 따가운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게 상식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