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사 불참 지시에도 축구 즐긴 내로남불 청와대 수석

입력 2020-12-01 03:03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29일 자신이 낙선한 지역구인 서울 송파구에서 조기축구 경기에 참가했다는 소식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온 사회에 방역 강화 조치가 취해진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가 모범은커녕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수십명이 모인 행사에 직접 선수로 뛰었다니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을 것이다. 정부는 확진자가 하루 500명대이던 지난주에 전체 공무원에게 ‘공공부문 방역 강화 지침’을 내려 이전보다 더 엄격히 방역에 동참토록 하고, 지침을 어겨 감염이 될 경우 문책하겠다고 했었다. 청와대 역시 지난 23일 “소모임 행사 등이 확진자 증가의 뿌리”라면서 전 직원에게 모임·행사를 취소하도록 지시했다. 최 수석의 경기 참가는 명백한 지침 위반인 것이다.

게다가 그는 경기 참가 이틀 전에는 방역을 핑계로 야당 의원들과의 접촉을 거부했다. 당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에게 편지를 전달하겠다면서 청와대 앞에서 최 수석과의 면담을 요청했는데, 자신은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해야 해 불특정 다수와 접촉할 수 없다면서 행정관을 대신 보내 편지를 수령해 갔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라면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거칠게 호흡해야 하고, 신체 접촉도도 훨씬 더 높은 축구는 더더욱 포기했어야 마땅했다. 이렇게 이율배반적인 태도로 야당을 대하는데 무슨 협치가 이뤄지겠는가.

정무수석이 지금 지역구를 열심히 챙길 때인지도 돌아볼 일이다. 야당 의원들이 지난 27일부터 매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온 상황을 감안하면 축구 회원들에 앞서 야당과의 소통에 더 적극적이어야 했다. 그러니 야당 의원들이 “차라리 직을 버리고 축구화를 신으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야당과의 가교 역할에 누구보다 충실해야 할 정무수석부터 이런 태도를 가졌으니 현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국회 무시 행태가 점점 더 노골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