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들은 대면 회의 때 의사 표현을 잘 하지 않는데, 친숙한 온라인 환경으로 판을 깔아주니 의견도 많이 내고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기업들이 비대면 업무를 확대하는 가운데 딱딱하기만 했던 회의의 양상도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기반으로 재택근무를 빠르게 도입했던 SK텔레콤의 일부 부서는 최근 자체 개발한 ‘버추얼 밋업(Virtual Meetup)’을 통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버추얼 밋업은 가상 공간에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어 최대 120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하게 한 소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다. 다양한 의상, 머리 스타일, 피부색 등을 조합해 입체적인 소통 경험을 누릴 수 있다. 가상 콘퍼런스 공간에 대형 스크린, 무대, 객석 등을 3차원으로 상세 구현했다.
지난 26일 오후, SK텔레콤 5GX 서비스사업본부의 ‘룰루랄라 신나는 싱크업’ 회의 시간이 다가오자 50여명의 구성원들의 아바타가 가상 콘퍼런스홀에 속속 입장했다.
이집트 파라오 모자나 선글라스를 쓴 아바타, 중세 기사의 갑옷이나 파티복, 게임 속 캐릭터로 분한 아바타까지 회의장 분위기는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제스처도 다양했다. 손을 흔들거나 하트 날리기, 포복절도, 깜짝 놀라기 등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회의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발표자 아바타가 가상 홀 중앙에서 나와 발언을 시작했다. 아바타 상단 이름표가 반짝거렸고, 움직이는 입 모양으로 누가 말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홀 중앙 대형 스크린에 발표 자료를 띄워놓을 수 있고, 필요한 경우 확대해 볼 수도 있었다.
회의를 진행한 성종희 매니저는 30일 “더 자유롭게 각자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매니저는 “실제 같은 회의장에 모여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중력도 더 생긴다”고 했다.
회의 참석자 중 회사 사무실에서 접속한 사람은 불과 5~6명. 나머지는 어디서 접속하는지 알지 못했다. 박정호 사장이 강조하는 ‘어디서든 일한다(Work Anywhere)’는 근무 방식이 실감났다. 스마트폰, PC, 태블릿, HMD(헤드마운드디스플레이) 등 원하는 기기를 활용해 ‘점프 VR’ 애플리케이션을 켜기만 하면 된다.
SK텔레콤은 2013년부터 ‘버추얼 소셜 월드(Virtual Social World)’ 구현을 목표로 멀티 텍스처 렌더링, 초저지연 실시간 동기화, 아바타 프레임워크 등 다양한 독자 기술을 개발해 왔다. 자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플랫폼 ‘T 리얼’을 기반으로 올해만 관련 기술 특허 44건을 등록했고, 누적 140여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전진수 5GX서비스사업본부장은 “코로나 시대에 구성원 간 심리적 거리를 줄이고 효율적인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