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코로나19 시대에 맞이하는 아기 예수

입력 2020-12-01 03:08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클레어몬트감리교회는 대림절을 맞이해 기념 설치물을 세웠습니다. 이는 이례적으로 큰 이슈가 됐습니다. 여느 성탄 조형물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포근한 말구유, 아름다운 천사들, 동방박사, 신성을 강조하기 위한 예수의 후광은 결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서늘하고 삭막한 철창에 갇힌 아기 예수와 마리아, 그리고 요셉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함께 있지 못하고 각각의 철창과 철조망에 갇혀 있었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국경에서 강제로 분리되고 떨어진 수천 명의 이름 없는 난민 가족들을 상징한 것이었습니다. 교회는 요셉 마리아 예수를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난민 가정으로 묘사했습니다. 그들이 하고 싶었던 말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는 전혀 상관없이 홀로 영광에 휩싸인 성스러운 예수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잔인한 고통 속에서 철저하게 소외되고 짓밟힌 이들에게 그의 삶을 통해 온전히 동참하고 있는 예수였습니다.

클레어몬트감리교회의 설치물은 오늘날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여전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남북 분단 상황과 전 세계를 혼란의 시대로 만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예수 탄생의 의미에 어떻게 동참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코로나19로 청년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모든 연령대의 개인 회생 신청이 줄어든 반면, 20대는 급증했다고 합니다. 즉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고용난에 도저히 빚 갚을 형편이 안 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말입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학자금 대출 빚을 진 대학생은 46만명에 이릅니다. 고용 시장은 젊은 층에 더욱 가혹해 지난달 실업자 중 20~30대 비중이 40%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월세나 통신비, 교통비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지출은 줄일 수가 없기에 청년들은 먹는 것을 줄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한 대학생의 점심은 편의점에서 산 900원짜리 삼각 김밥 한 개가 전부이며, 하루에 한두 끼만 먹는 학생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과연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사회 속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이름 없는 이들의 신음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까. 구조와 제도 속에서 고통 받는 주변부와 비주류, 경계로 내몰린 이들의 위로와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까. 철저히 짓밟힌 이들의 현실에 삶 전체를 통해 온전히 동참했던 예수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습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계명인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뜻은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비로소 완성됩니다. 타자를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의 삶’은 많은 이들을 억압과 종속, 즉 노예의 삶에서 구원했고 이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완성했습니다. 우리는 홀로 높은 곳에 성스러운 자로 임하는 그리스도가 아닌, 오히려 가장 낮은 곳에서 주변부와 경계로 내몰려 이름도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온전히 동참하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탄생은 주변부로 내몰린 이들을 향한 희망과 용기, 그리고 위로와 초청의 메시지입니다. 나아가 교회와 그리스도인 된 우리의 삶을 통해 살아내야 할 사명입니다.

이정재 홍대청년교회 목사

◇홍대청년교회(The Dining Church)는 예수 그리스도가 완성한 계명, 즉 사랑을 진리로 고백합니다. 사랑으로 자신의 살과 피를 떼어 우리에게 나누었던 청년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 우리의 살과 피를 떼어 서로(이웃)를 먹이는 식탁 공동체로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