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안된다고 썼는데 삭제돼” 윤석열 감찰 검사 폭로 파장

입력 2020-11-30 04:07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돼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업무를 맡아온 검사가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윤 총장에 대한 수사의뢰 결정은 합리적 법리 검토를 거치지 않았고 절차에도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감찰담당관실 파견 검사마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조치의 부당함을 지적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

대전지검 소속으로 법무부에 파견됐었던 이정화 검사는 29일 이 같은 글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게시했다. 이 검사는 파견을 받아들인 것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리를 검토하면 올바른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는데 이런 기대가 깨졌다고 했다.

이 검사는 재판부 사찰 의혹과 관련한 법리 검토를 담당했다. 다수 판결문을 검토한 결과 문건 작성에 직권남용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찰담당관실 소속 다른 검사들도 같은 결론을 내려 보고서를 기록으로 편철했다. 이 검사는 이후 지난 24일 오후 5시20분쯤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부분을 대검에서 어떻게 취득했는지 확인해보려고 하던 중 갑자기 총장 직무배제가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이 검사는 앞서 작성한 보고서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보고서 내용 중 직권남용죄 성립이 어렵다는 부분이 합리적 설명 없이 삭제됐다는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검사의 상급자가 이 검사에게 해당 내용을 빼라고 지시했고 결국 삭제된 보고서가 최종 편철된 것으로 전해졌다. 충분한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별다른 이유 설명 없이 윤 총장에게 유리한 내용이 삭제됐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 최종적으로 보고서 내용이 정리된 것”이라며 “임의로 고쳐진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검사는 지난 17일 법무부에서 윤 총장 대면조사를 시도할 때 대검을 찾았던 평검사 중 한 명이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소신이 뚜렷한 검사인데 파견 후 심적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나성원 허경구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