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G20 정상회의 일정을 새벽 1시에 마무리한 뒤 올해 첫 연차를 사용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2주간 ‘외교 강행군’으로 피로가 누적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화상회의로 대부분 일정이 진행되면서 개최국과의 시차 때문에 심야 회의를 연달아 했던 탓이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개발금융국 등 해외 국가들과 자주 회의를 진행하는 곳들은 이미 ‘밤낮 없이’ 일한 지 오래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출장이 사라진 탓이다. 한국과 시차가 크게 나지 않는 일본·중국·호주 등과 비대면 화상회의를 할 때는 나은 편이지만, 미국·유럽 등과 회의를 할 때면 오후 8시쯤 시작해 새벽 2~3시까지 이어지는 게 다반사다.
가장 고된 점은 새벽까지 회의에 참여했음에도 정상 출근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29일 “사무관들은 밤을 꼬박 새우고도 아침 9시에 나와서 일하더라”며 “미안하고 안쓰럽지만, 대체자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고위 간부들 재량으로 상황에 따라 유연근무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비대면 화상회의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고 한다. 과거에는 출장 이동에 2~3일을 할애하는 대신 단기에 집중적으로 대면 회의를 진행했는데, 지금 회의 수 자체만 최소 30~40% 늘었다는 설명이다. 한 공무원은 “예전에는 하루나 이틀만 고생하면 됐는데 지금은 비대면으로 회의를 비교적 쉽게 열 수 있다 보니 너무 수시로 일정에 없던 회의가 많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다른 공무원은 “영상 회의를 하다 보니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측면도 있다”며 “말도 울리고, 어려운 용어나 뉘앙스 전달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각 국가의 화상회의 시스템 인프라 격차에 따라 영상 오류로 끊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비대면 화상회의의 장점도 없지 않다. 한 공무원은 “예전에는 세계적 유명 인사를 섭외하려 해도 일정상 이유로 불발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제는 집에서도 영상 연결이 되고 사전 녹화 영상으로도 제공할 수 있어 선택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