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이 2021년 1월 20일 취임할 것이 확실시된다. 북한은 모든 촉각을 동원해 바이든 신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이든 측 주요 인사의 대북 인식과 정책은 다음과 같다.
바이든을 비롯해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내정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국방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미셸 플러노이 등은 모두 북한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2012년 북·미의 2·29 합의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 이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줬다. 바이든의 경우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을 비판하면서 북한과의 대화·협상을 강조했으나 2012년 이후 김정은을 “독재자, 폭군, 불량배”로 부르며 “북한의 나쁜 행동에 결코 보상하면 안 된다”는 강경 입장을 표명 중이다. 따라서 향후 북·미 협상이 개시되더라도 끊임없이 북한을 의심하며 검증하려 들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정상 간 친분을 앞세운 하향식 협상의 가능성도 배제된다.
그렇다고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선전에서 표출된 극심한 분열을 치유하고, 세계 최대 확진자·사망자를 내는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가 있으므로 오히려 북한에 협상을 적극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북한 도발을 관리하면서 시간을 벌려 할 것이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도발한다면 제재 강화의 명분을 얻을 수도 있다.
북한과의 협상을 시작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할 비핵화 방안은 ‘동결’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대선전에서 바이든 측은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막지 못했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따라서 블링컨이 2018년 6월 뉴욕타임스를 통해 밝힌 것처럼 일단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공개하고 관련 시설을 동결한 후 핵탄두와 미사일 일부를 폐기한다면 경제 제재 일부 해제를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안은 사실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응조치를 포함한 단계적 접근 방식이다.
그러나 관건은 북한의 호응이다. 2019년 10월 스톡홀름 회담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대화의 선제 조건으로 내세운 북한의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화 이전에 북한에 선물을 주지 않는 한 북한이 대화에 임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1차 관건은 내년 3월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다. 어떤 형태로든 연합훈련이 재개된다면 북한이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천신만고 끝에 회담이 시작되더라도 과연 ‘동결’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동결은 신고와 검증을 수반한다. 단순한 수사적 선언이 아닌 구체적 시설이 특정돼야 하고, 국제감시단이 파견돼 동결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북한이 순순히 공개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3월 연합훈련을 빌미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감행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한 제재를 부과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2012년 이후 비밀리에 추진한 바 있는 북한 체제 전환 정책이 재가동될 수도 있다.
결국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만 몰두한 트럼프를 활용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서 제재를 돌파하려는 ‘정면돌파’ 노선을 철회하고 진정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삼중고는 지속돼 결국 심각한 내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이제 ‘트럼프 카드’를 손에 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국제어문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