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시청자 끌어당길 힘·매력 지닌 새 음악 예능

입력 2020-11-30 04:04
지난 16일 첫 방송된 ‘싱어게인’은 지명도는 낮지만 재능과 감각이 뛰어난 음악인을 소개해 ‘재발견’의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비슷한 시점에 같이 시작한 다른 음악 예능에 비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싱어게인 홈페이지 캡처

이달 16일 처음 전파를 탄 JTBC 음악 예능 ‘싱어게인’의 기세가 강하다.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1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3.2%를 기록했으며, 23일 방송된 2회는 5.4%를 넘겼다. ‘싱어게인’과 비슷한 시기에 Mnet이 내보낸 또 다른 음악 예능 ‘캡틴’과 ‘포커스’가 각각 0%대, 1%대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성적이다. 10월부터 방영된 ‘쇼미더머니’ 아홉 번째 시즌의 시청률도 평균 1% 중반에 불과하다. ‘싱어게인’은 4분기 음악 예능 영역에서 단연 선두다.

높은 시청률이 말해 주듯 시청자들의 관심도 크다. 방송될 때마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한다. 그런데 실제 이름이 아닌 ‘싱어게인 70호’, ‘싱어게인 33호’, ‘싱어게인 47호’ 등 참가 번호로 나타난다. 프로그램이 ‘무명가수전’이라는 부제를 부각하기 위해 출연자들을 번호로만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경연에 나선 이들의 이름은 탈락하는 순간에 공개된다.

그런 프로그램 제작진은 유명 가수를 여럿 발탁해 자신들이 정한 방침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준다. 일기예보의 나들, 뮤지컬과 음악 경연 방송을 활발하게 넘나든 소냐, 러브홀릭의 지선, ‘슈퍼스타K’ 일곱 번째 시즌에서 준우승한 천단비, 1990년대 초반에 큰 인기를 얻은 윤영아 등은 낙선이 결정되지 않아도 많은 시청자가 얼굴과 이름을 익히 아는 인물들이다. 이중 33호로 나온 유미는 지난 8월 SBS ‘불타는 청춘’에 출연한 뒤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부제에서 내건 ‘무명’이라는 단어가 다소 무색하다.

물론 제작진 입장에선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이들을 초대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실력이 출중한 뮤지션들로 프로그램을 꽉꽉 채운다고 해도 낮은 인지도 탓에 대중의 이목을 끌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부제에 맞춰 특별히 돋보인 적 없는, 극소수만 아는 사람들만 불러 모았다면 지금과 같은 초반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기 어려웠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무명’에 부합하지 않는 일부 캐스팅은 제작진의 ‘전략적 자가당착’으로 볼 수 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에 많은 사랑을 받은 출연자들의 존재감이 지대하다 보니 그 시절 추억의 가수를 찾았던 JTBC ‘슈가맨’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아니나 다를까 출연자들을 경력, 또는 활동 분야에 따라 나눈 카테고리 중에 ‘슈가맨’ 조가 있다. 그런가 하면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와 인디 뮤지션이 대거 출전해 ‘싱어게인’은 ‘슈퍼스타K’를 또다시 마주하는 느낌도 들게 한다. 익숙한 혼종이 탄생했다.

하지만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싱어게인’은 두 차례의 방송을 통해 지명도는 낮지만 재능과 감각이 뛰어난 음악인을 소개해 시청자들에게 재발견의 재미를 안기고 있다. 친숙함이 늘 시시함으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 30~40대들의 경우 과거 좋아했던 가수들을 만나 추억에 빠져들 수 있었다. 트로트 프로그램의 난무로 피로감이 심해진 때에 피난처의 기능도 한다. 게다가 음악적 다채로움까지 담보하고 있다.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당길 힘과 매력을 지닌 프로그램이다.

한동윤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