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65·여)씨는 25년 전 류머티즘성관절염을 진단받고 대학병원에서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뒤통수 아래쪽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통증은 때때로 뒤통수 전체로 전기 오르듯 퍼졌다. 아파서 누우면 금방 좋아지기도 했다. 척추외과에서 촬영한 목뼈 X선영상을 본 의사는 ‘1~2번 경추간 불안정’이라는 생소한 병명을 얘기했다. 더구나 의사는 “수술받지 않으면 사지마비가 오거나 급사할 수도 있어 예방적으로 (수술)해야 한다”고 해 덜컥 겁이 났다.
박씨를 불안하게 한 병은 ‘환축추간 불안정’이라고도 불린다. 두개골 바로 아래 1번 경추(환추)와 2번 경추(축추)사이가 과도하게 흔들린다고 해서 붙여진 병명이다.
환추는 동그란 고리 모양인데 이 관절에서 앞뒤로 굽히고 젖히기 약 20~30도, 좌우로 숙이기 약 10도씩의 움직임이 만들어진다. 축추는 마치 맷돌자루가 꽂힌 맷돌 모양인데, 맷돌자루(치돌기로 불림)가 고리 모양인 환추의 중앙 빈공간에 꽂히면서 위아래 2개의 경추가 맞물리는 형태가 된다. 맞물린 치돌기를 축으로 해서 맷돌이 돌아가듯 뼈들이 돌아간다. 1, 2번 목뼈는 주로 목의 좌우 회전과 굽히고 젖히는 동작을 담당한다. 이동호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하지만 무언가가 붙잡아주지 않으면 안정성이 없어서 덜렁거릴 수 있다”면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주변 인대들인데, 특히 ‘횡인대’가 환추와 축추 관절 안정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환축추 사이가 불안정해지면 관절을 자극해 두개골 바로 밑, 목의 오목한 곳에 통증을 유발한다. 뒤통수로 올라가는 2번 경추 주변 신경근을 눌러 뒤통수에 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뒤통수 통증은 양쪽 보다는 한쪽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환축추간 관절이나 뼈가 보통 한쪽에서 더 심하게 망가지기 때문이다. 머리를 뒤로 젖히면 심해지고 앉거나 서 있을 때에 심하다가 누우면 없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앞서 박씨 사례가 해당된다.
1, 2번 경추 사이가 흔들리면 관절이 앞뒤 혹은 좌우로 어긋나 빠지는 ‘탈구’가 생긴다. 류머티즘성간절염 등으로 두개골-환추-축추 사이가 위아래로 가라앉으면서 관절 간격이 좁아지거나 무너져내려 높이가 낮아지는 현상(감입)도 올 수 있다. 이런 와중에도 축추의 위로 튀어나온 맷돌자루, 즉 치돌기는 보통 멀쩡하게 유지되므로 뇌간을 향해 위로 올라간다. 뇌간에는 숨골과 얼굴, 팔다리를 움직이는 신경들이 있다. 올라간 치돌기가 뇌간을 누르면 사지마비가 오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환축추간 불안정은 외상이나 선천성 기형, 종양, 감염 등에 의해서도 올 수 있다. 이 교수는 “일상생활 중 가볍지만 반복적 충격에 의해서도 환축추간 관절 탈구가 초래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중추신경인 척수가 심하게 눌리면 최악의 경우 호흡근육 마비에 의한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한마디로 ‘목에 차여진 시한폭탄’인 셈”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