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지현(사진) JTBC스튜디오 스튜디오룰루랄라 사업본부장은 웹콘텐츠 분야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다른 방송사 디지털 플랫폼에서 일하다 2011년 이적해 JTBC 디지털콘텐츠 사업을 일군 그는 ‘와썹맨’ ‘워크맨’ ‘시즌비시즌’ ‘라떼월드’ 등 스튜디오룰루랄라가 개국한 2017년 이후 선보인 60~70개 웹콘텐츠를 지휘했다.
올해로 20년 가까이 디지털 사업에 몸담은 그는 29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신시장이었던 유튜브 시장도 치열한 경쟁으로 불모지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웹콘텐츠와 TV콘텐츠 구분이 희미해졌고 공식처럼 자리 잡은 ‘숏폼’도 낡아졌다. 판을 새로 짜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스튜디오룰루랄라는 웹콘텐츠 시장 외연을 빠르게 확장한 스튜디오 가운데 하나다. 2018년 JTBC 예능 ‘사서고생’ 스핀오프로 제작한 ‘와썹맨’은 채널 개설 반년 만에 150만명 구독자를 모았고 박준형의 할리우드 진출기 ‘와썹맨GO’로 넷플릭스와 협업을 처음 시도했다. 장성규가 ‘체험 삶의 현장’처럼 일터를 누비는 ‘워크맨’으로 연타석 홈런을 쳤고 가족 시트콤 ‘놓지마 정신줄’ 같은 이색 콘텐츠로도 주목받았다.
특히 TV 예능의 1~2할 가격으로 만든 ‘워크맨’은 연 3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와썹맨’도 비슷하다. 투입 대비 엄청난 이익을 거둔 셈이지만 방 본부장은 “오히려 장기적 대안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1인 크리에이터에 최적화된 유튜브 수익 모델이 스튜디오가 필요로 하는 것과 괴리가 있어서다. 방 본부장은 “유튜브는 저가로도 큰 성과를 내는 창작자들과 경쟁하는 시장”이라며 “프리미엄 제작 구조를 갖춘 스튜디오 제작비를 프리미엄 광고나 PPL(간접광고)만으로 충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수 비의 일상을 재기발랄하게 풀어낸 ‘시즌비시즌’은 스튜디오룰루랄라가 출연자와 사업 파트너 형태로 선보인 첫 콘텐츠다. 최근 톱스타가 줄줄이 유튜브로 진출하는 가운데 여러 콘텐츠와 수익 모델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으로 만든 이 콘텐츠는 동영상 20개로 구독자 90만명을 끌어모았다.
장기적 사업을 위해 디지털 콘텐츠 범주도 완전히 바꿔 볼 생각이다. 지금까지 통상 웹콘텐츠는 10~20분 안팎 유튜브 콘텐츠를 의미하곤 했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여되는 TV·영화 시장과 저가 창작 시장 사이에 블루오션이 있다는 방 본부장은 “숏폼과 TV 매개로 조명되는 미드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유튜브라는 매개에 국한되지 않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곳이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스튜디오룰루랄라는 카카오페이지 인기 웹소설 ‘샤크’ 원작의 영화를 펀드를 받아 개발하고, 연예기획사와 협업한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 등을 향후 선보일 계획이다. 유튜브로 시작해 스크린·OTT·TV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을 시도하기 위해서다. 방 본부장은 “스튜디오룰루랄라를 디지털(유튜브) 콘텐츠 제작사라기보다는 플랫폼 경계가 없는 스튜디오로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