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35>] 선물 같은 아이… 이름처럼 ‘주님의 편지’ 됐으면

입력 2020-11-27 03:01
자폐성 장애를 앓는 주한이와 아버지 김명덕 목사가 지난 7월 경기도 양평의 한 산책로를 함께 걷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주한(7·자폐성 장애)이는 난산 끝에 얻은, 선물처럼 귀한 아이였다. 17시간 진통을 겪은 후 태어나 3분 정도 호흡이 멈추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금세 건강을 회복했다. 사람들과 눈을 잘 맞추고 잘 먹는 평범하고 건강한 아기였다. 가족들이 주한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두 돌이 지난 후였다.

“다른 아이들은 말을 하기 시작할 때인데 주한이는 말을 못 했어요. 물건을 돌리거나 자동차의 바퀴가 돌아가는 걸 유심히 보는 등 특이한 모습도 보였죠. 그렇지만 첫아이다 보니 그저 조금 늦는다고만 생각했어요. 아이가 세 살이 된 후 이상하다고 느껴 전문가에게 데려가니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 증상이라 하더라고요.”

경기도 양평의 한 아파트에서 25일 만난 아버지 김명덕(42) 목사는 주한이에게 귤을 건네며 주한이가 장애 진단을 받았을 때를 회고했다. 김 목사는 이후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고 파트타임 목사로 사역하며 양육과 치료에 전념했다. 올해부턴 어머니 정진경(41) 사모가 시간제 교사 일을 시작해 생계를 함께 꾸려가고 있다. 부부는 틈틈이 과외를 하며 수입을 보태 주한이와 다섯 살과 두 살 여동생을 키우며 치료비와 아파트 대출금 등을 감당하고 있다.

주한이가 할 수 있는 말은 두 단어를 조합하는 수준이다. 과일을 좋아하는 주한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귤 주세요’다. 언어 발달이 늦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이 가장 어려운 숙제다. 그렇지만 가족들과 유치원 선생님 등 익숙한 사람들에겐 몸짓과 표정으로 좋고 싫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주한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수영 치료 시간이다. 산책하면 기본이 2시간일 정도로 체력이 좋고 활동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수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2시간이 전부다. 비용 부담이 큰 데다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저렴한 치료는 대기가 길기 때문이다. 현재 주한이는 언어와 감각통합, 수영 등의 치료를 일주일에 8시간 받고 있다. 음악과 특수체육 치료도 신청해 뒀지만 대기 인원이 많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김 목사는 “치료받을수록 좋아지는 주한이 모습을 보며 마음 같아선 일주일에 30시간씩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지만, 수백만원의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며 “그래도 코로나19로 다른 아이가 수업을 취소해 빈자리가 생기면 바로 신청하는 등 부담이 되더라도 최대한 많은 치료를 받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작은 자극에도 예민한 주한이와 어린 두 동생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지만, 부부를 지탱해주는 힘은 신앙이다. 가족들은 매일 밤 잠들기 전 함께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경건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주한이도 함께 부른 찬양의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전자피아노로 찬송가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의 음을 따라서 치는 등 자기만의 방식으로 신앙을 키워간다. 그런 주한이를 보며 김 목사도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보곤 한다.

“주한이의 이름은 ‘편지 한’(翰) 자를 써서 ‘주님의 편지’라는 뜻이에요. 주한이가 어눌한 발음으로나마 ‘예수님’이라고 말할 땐 정말 주님의 편지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에요. 주한이가 보통 아이들처럼 신앙을 고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의 달란트를 찾아 자기만의 방식으로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편지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랍니다.”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10월 30일~11월 25일/단위: 원)

△남동욱최정아 150만7043 △김병윤(하람산업) 20만 △장경환 12만 △윤경란 오진식(소망정육점) 석완식 한승우 김태정 전순금 조동환 양태규 장현준 장둘이 장희부 10만 △연용제 정기남 정연승 김인수 최명진 고넬료 동성교회조영규 전호붕 5만 △김인수 김정숙손현수 하정숙 최혜주 주경애 강천수 황성열 3만 △김미옥 임순자 김진수 박노일 김광미 김미옥 2만 △무명 사랑 무명 소세영 1만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

◇후원문의: 1600-0966 밀알복지재단

양평=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