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여서 발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희소식보다는 코앞에 닥친 3차 팬데믹(대유행)을 우려해 어정쩡한 전망에 가까웠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각각 -1.1%, 3.0%로 전망했다. 지난 8월 27일 전망치보다 0.2% 포인트씩 높아진 수치다.
올해 전망치가 개선된 것은 1분기(-1.3%)에 이어 2분기(-3.2%)까지 뒷걸음치던 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3분기 들어 1.9%로 반등한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 덕분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8월 전망에서 4.5%로 예상된 연간 상품 수출 감소폭이 1.6%로 크게 줄었다. 하반기 수출 감소율(지난해 동기 대비)이 0.4%에 그치고, 내년에는 수출 증가율이 5.3%까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 3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양호하고 2분기 저점으로 최악은 지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전망치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한 입장을 취했다. 이 총재는 내년도 전망치를 3.0%로 올린 의미를 두고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만 어느 정도 이를 넘어설 만큼 수출이 생각보다 나을 것이라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내년 중후반 이후 진정되는 것을 전제로 한 전망일 뿐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로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 근거로 이번 코로나의 3차 유행 영향이 연초보다는 작고 8월 재확산 때보다는 다소 큰 수준이 될 것임을 들었다. 코로나 확산→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소비 위축 순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한은의 올해 민간소비 성장 전망치는 지난 8월 당시 -3.9%에서 -4.3%로 더 낮아졌다. 내년 상반기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 역시 2.9%로 1% 포인트 떨어졌다.
한은은 코로나19 재확산이 빠르게 진정될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이 3.8%까지 상승하겠지만 예상보다 더디면 2.2%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 이상으로 가는 건 이번에 상정하지 않았다”며 “거리두기 수준이 확대되면 소비나 경제활동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고 전망치도 수정돼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만장일치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 여파가 극복될 때까지 완화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