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드라마·웹예능 봇물… 이유 있는 웹콘텐츠 전성시대

입력 2020-11-29 17:29
콘텐츠 소비 창구가 TV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지난 5년 동안 웹콘텐츠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제작진은 웹콘텐츠 최대 장점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큰 화제성을 누릴 수 있는 ‘가성비’를 꼽는다. 웹예능 ‘네고왕’(위쪽)과 웹드라마 ‘연애혁명’. 방송화면 캡처

포털에 웹드라마를 검색하면 각양각색 콘텐츠 수십 개가 쏟아진다. ‘연애혁명’ ‘아만자’ ‘며느라기’ ‘My Fuxxxxx Romance’… 등등. 웹예능은 더 많다. 황광희가 인기 브랜드를 돌아다니며 협상(Negotiation)하고(‘네고왕’), 별명 부자 박명수는 장기를 살려 사진작가·온라인 게임 등 새 영역에 도전한다(‘할명수’). 이밖에도 허영지가 추억의 소재로 진행하는 인터뷰 ‘라떼월드’, 이경규 디지털 도전기 ‘찐경규’, 제시의 스타 인터뷰 ‘쇼터뷰’ 등 부지기수로 많은 웹예능이 모바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웹드라마·웹예능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콘텐츠 소비 창구가 TV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 오면서다. 웹콘텐츠 전문 제작사 스튜디오룰루랄라(JTBC) 플레이리스트(네이버) 달라스튜디오(에이앤이 코리아) 등이 생겨났고 근래는 카카오TV 등 후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주자까지 웹콘텐츠를 쏟아내면서 ‘난전’이 펼쳐지는 중이다. 그렇다면 내로라하는 콘텐츠 사업자와 스타가 모두 이곳으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웹은 규제를 받는 방송과 달리 여러 내용과 형식을 담을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유튜브 환경 최적화를 위해 웹콘텐츠는 10분 안팎으로 줄었고 초 단위 편집으로 속도감은 배가 됐다. 피트니스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가 기획한 ‘가짜사나이’처럼 방송에서는 편집됐을 비속어나 은어가 가감 없이 담기기도 한다.

하지만 제작자들이 입 모아 말하는 웹콘텐츠 최대 장점은 바로 ‘가성비’다. 대개 TV 드라마는 회당 수억원, 버라이어티 예능은 편당 1억원을 크게 웃돈다. 반면 일반적으로 회당 1000~2000만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알려진 웹드라마·예능은 적은 제작비로도 TV 이상의 화제성을 누린다. 인기 웹예능 제작사 관계자는 “경제적 효율도 있고 제작도 편리하다. 그런데 홍보 효과는 크다”고 설명했다.

방송인 장성규를 방송가 블루칩으로 끌어올린 ‘워크맨’, god 맏형 박준형의 새 전성기를 연 ‘와썹맨’은 길어도 반나절 만에 촬영을 마친다. ‘뇌피셜’ 등 스튜디오 웹예능은 2~3시간에 녹화가 마무리된다. 품은 많이 들이지 않는데 파급력은 TV보다 크니 일거양득이다. MBC ‘나 혼자 산다’의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박나래 한혜진 화사),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오늘부터 운동뚱’(김민경) 등 스핀오프 웹예능도 본 프로그램보다 적은 돈으로 화제몰이를 한 사례다.

웹드라마는 스타 마케팅을 앞세운 웹예능과 다르게 신예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다. 브라운관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톱스타를 주연으로 기용하기 때문에 연기를 배우고픈 신인들은 웹드라마로 향하고 있다. 웹드라마가 성공할 경우 브라운관에 발탁되기도 한다. 앞서 신예은 김동희 이나은이 누적뷰 5억회에 달하는 ‘에이틴’을 발판 삼아 브라운관에 진출했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웹드라마는 TV 드라마보다 출연료가 훨씬 적은 편”이라면서 “얼굴을 알리고픈 신예와 경제성을 고려하는 제작진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웹드라마 ‘며느라기’(위쪽)와 웹예능 ‘시즌비시즌’. 방송화면 캡처

초창기 웹콘텐츠 주 소비층은 1020세대였다. 그래서 웹드라마도 ‘연애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 등 하이틴 로맨스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대형 기업이 진출하면서 장르 등에서 여러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며느리 고충을 담은 카카오엠 ‘며느라기’, 고등학교의 비밀을 푸는 KT 미스터리물 ‘학교기담’이 대표적이다. 박하선(‘며느라기’) 등 드라마·영화 스타들이 웹드라마로 향하는 케이스도 최근 시장 변화와 맞물린 현상이다.

웹콘텐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콘텐츠를 둘러싼 전통 문법도 파괴되는 중이다. 플레이리스트·키이스트·JTBC 스튜디오가 협업한 드라마 ‘라이브 온’은 기존 편성 관례를 깨고 JTBC와 네이버TV로 공개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안희연(하니) 황승언 주연의 플레이리스트 ‘엑스엑스(XX)’가 MBC 동시 편성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TV와 OTT, 유튜브 등 다수 플랫폼에 유통될 수 있는 콘텐츠로서 20분 안팎의 ‘미드폼’ 콘텐츠도 주목받고 있다. 유튜브 취향과 광고 수익 등을 고려해 관습으로 뿌리내린 10분 내외 ‘숏폼’ 콘텐츠로는 다플랫폼 시대를 대비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연플리’를 비롯해 미드폼 ‘엑스엑스’(XX)까지 히트시킨 스타 필진 중 한명인 이슬 작가는 “미드폼은 온라인과 TV로 양분된 젊은 층과 중·장년층의 기호를 두루 충족시킬 수 있는 미래형 콘텐츠”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