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처럼, 정보통신기술 비전·문화가 꿈틀거린다

입력 2020-11-30 04:01
이동통신 3사는 서울 도심 곳곳에 자사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동시에 최근 문화 트렌드에 맞춘 콘텐츠로 채운 공간을 운영해 젊은 층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방문객이 마치 숲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증강현실(AR)로 사진을 꾸미는 등의 경험도 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일상비일상의틈’. LG유플러스 제공

강남, 홍대입구, 가로수길. 한적한 요즘 시국에도 여전히 ‘핫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장소들이다. 젊은 이들이 많이 찾아 최신 유행과 문화 트렌드를 느낄 수 있다. 이들 거리에 이동통신 3사는 최근 복합형 체험 매장을 마련해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이통 3사가 마련한 매장들은 새로운 형태의 ‘ICT(정보통신기술) 테마파크’처럼 느껴진다. 기존의 기기 체험 위주 매장들과는 차별화되는 요소가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조형물과 5G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서비스를 경험하는 동시에 다양한 취향에 맞춘 문화적 요소도 담아냈다. 각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대표하는 공간으로도 역할을 하면서 3사 간 묘한 신경전도 감지된다.

포문은 LG유플러스가 열었다. 지난 9월 강남역 한복판에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을 오픈하고 홍보에 나섰다. 이름엔 ‘고객의 일상과 비일상의 틈 사이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LG유플러스는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이해하고 소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공간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하루 평균 650여명이 다녀가는 등 일대 명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대와 여성 방문객이 많다는 설명이다.

공간에 들어서면 도심 한복판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실제 살아있는 식물과 대형 미디어월을 이용한 가상의 숲으로 가득 채워진 ‘리얼플랜트’가 방문객을 반긴다.

전체 공간은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까지 총 1388㎡(420평) 규모에 이른다. 상품 판매 중심의 기존 매장과는 전혀 다른 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LG유플러스는 강조한다. 모든 공간은 인지도·전문성을 확보한 제휴사가 콘텐츠를 채우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채택했다.

방문객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는 3층에 위치해 독립출판 서적을 편히 읽을 수 있는 책방(스토리지북앤필름)이다. 스냅샷을 촬영할 수 있는 4층 포토스튜디오(시현하다), 고해상도 LED사이니지로 강원도 해변풍경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2층 카페(고성글라스하우스)도 인기다. LG유플러스는 고객 반응을 분석해 제휴를 확장하고, 공간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 ‘T 팩토리’. SK텔레콤 제공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엔 SK텔레콤의 복합 체험 공간 ‘T 팩토리’가 지난달 문을 열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사업자, SK ICT 패밀리사 등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업을 거쳤다.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다양한 문화 체험까지 즐길 수 있는 ‘ICT 멀티플렉스’라고 SK텔레콤은 소개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고객이 직접 경험함으로써 ‘빅테크’ 기업으로 진화하는 SK텔레콤의 변화상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앞서 ‘일상비일상의틈’에서 LG유플러스는 자사 로고의 표출을 최소화하며 은밀히 고객에 다가가고자 했다면, T팩토리에는 다수의 지원군을 등에 업은 SK텔레콤의 자신감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1층 중앙에 자리한 ‘플렉스 스테이지(Flex Stage)’는 SK텔레콤과 파트너들의 초협력 사례를 소개하는 핵심 공간이다. 현재는 MS와 협력해 제공 중인 ‘5GX 클라우드 게임’을 대형 컨트롤러로 즐길 수 있다. 2층에는 애플의 전용 공간이 입점해 최신 아이폰, 아이패드가 방문객을 맞는다.

T팩토리에는 보안(ADT캡스), 쇼핑(11번가), OTT(웨이브), 음악(드림어스컴퍼니) 등 SK텔레콤 자회사들의 역량이 총집결했다. V컬러링, 웨이브, 플로 등 구독형 서비스를 고객이 직접 체험하도록 하고, 고객 반응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는 선순환 효과를 노렸다.

매장 입구 양 옆에는 이통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24시간 무인매장이 있다. 스마트폰 개통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고객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중고폰 판매도 가능해 ‘K-언택트’를 대표하는 유통 모델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KT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 KT제공

KT는 두 곳의 플래그십 매장을 운영 중이다. 1호점은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캠퍼스와 혜화역 부근, 2호점은 신사역 가로수길 초입에 위치했다.

KT 역시 직접 만지고 경험하는 것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성향을 반영했다. 누구나 매장에 자유롭게 방문해 서비스를 경험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 다수의 안내 직원이 매장 곳곳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경쟁사 공간들과 달리 불필요한 직원 응대를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매장에서는 KT 슈퍼VR(가상현실)의 8K 초고화질 콘텐츠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체험할 수 있고, 집처럼 편안한 환경에서 지니뮤직의 초고음질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가지니의 음성 명령을 통해 조명을 제어하는 홈 IoT(사물인터넷) 서비스도 경험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가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면서 이들 공간에 복합 체험 매장을 유지하는 데는 젊고 활력이 느껴지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잠재 고객인 미래 세대과 접촉면을 넓혀 사전에 고객을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