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국립대학 서울대에서 동성애 반대론자 역차별 우려

입력 2020-11-27 03:01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들은 현행법만으로도 각종 '괴롭힘' 문제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모욕감 수치심처럼 객관화하기 어려운 불분명한 기준을 적용하는 차별금지법의 맹점이 자유권 등 기본 인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이미지화한 영상. 유튜브 '복음한국TV' 캡처

서울대학교 인권헌장안에 대한 찬반 논쟁이 격렬하다. 인권 보장은 인류사회가 추구해온 가치로서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민주사회의 보편적 명제다. 사상적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학문 연구의 산실에서 이런 논의를 하는 것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명칭이 아니라 담고 있는 내용이다.

인권헌장안은 제3조 ‘차별금지와 평등권’ 제1항에 “서울대학교 구성원은 성별, 국적, 인종, 장애, 출신 지역과 학교, 연령, 종교, 임신과 출산, 정치적 의견,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사회·경제적 배경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해 차별금지 사유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포함하고 있다. 제9조에는 ‘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제18조에는 ‘침해된 권리에 대한 구제 규정’ 등을 명시하고 있다. 정의당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어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서울대 판이라 할 만하다. 법 이론적 문제점이 많지만, 몇 가지만 지적하기로 한다.

첫째,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심각한 문제가 있어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않고 있는데 서울대가 인권헌장을 서둘러 통과시키려 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차별금지 사유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차별금지법을 국회에서 제정하려는 시도는 2007년부터 계속됐다. 그러나 번번이 반대에 부딪혀 폐기 또는 철회됐다. 19대 국회까지 6번의 발의 시도가 있었고 20대 때에는 이런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발의되지 못했다. 그러나 21대에 들어서 범여권이 180석을 차지하자 정의당이 지난 6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 행위 비판을 행위자 비판과 같게 보며 반대 의사 표현을 못 하게 해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사실상 훼손하는 등의 문제점 때문에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고 국민 다수가 선뜻 동의하지 않는 이 부분을 충분한 논의도 없이 서울대가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둘째, 인권헌장안 제9조에 규정된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는 평등권을 강조하면서 자유권 등 기본적 인권을 훼손하는 역차별을 초래한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괴롭힘’이라는 용어는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주관적 판단이라는 불분명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차별금지법안은 헌법상 최고의 가치가 평등권이라 주장하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최상위의 가치 규범이라고 주장한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기본적 인권’에는 평등권뿐 아니라 자유권도 포함된다. 이는 제12조부터 22조까지 열거돼 있다. 자유권과 평등권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며 조화를 이뤄야 한다. 평등권은 자유권의 평등이다. 이 평등은 자신의 권리가 보호될 뿐 아니라 타인의 권리도 동일하게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의견을 가진 사람이 그 의견을 보호받기 위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반대 의사 표명을 괴롭힘이라는 이유로 제한한다면 ‘관점 차별’로서 평등권을 침해한다. 성적지향의 경우, 동성애자 보호를 위해 반동성애자를 차별하는 역차별이며 역설적으로 그들이 주장하는 평등의 가치에 모순된다. 그것이 ‘지고지순’의 가치라면 다른 사람의 문제 제기를 당당히 받아들여 토론하고 설득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괴롭힘이라는 규정을 둬 상대가 정신적 괴롭힘을 느껴서는 안 되니 자유로운 토론을 금지하겠다는 것은 한 가지 가치관만을 강요하는 것이며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독재와 다르지 않다. 특히, 대학은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의 전당으로서 연구를 위해서는 자유로운 사고와 토론이 필요한다. 대학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 토론과 학문의 자유 등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비판의 자유가 금지된다면 인권을 보장해야 할 인권헌장에 의해 오히려 동성애 옹호·조장 반대론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역차별이 일어날 것이다.

셋째, 규범은 한번 제정되면 무시할 수 없으므로 그 구성원이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한 후 충분한 토론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몇몇 주도자에 의해 극히 일부에서만 여론 수렴을 하고 전체적으로 의견이 수렴된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위험하다. 비슷한 규범이 시행되는 외국 대학에서는 교수가 강의 시간에 학자의 양식에 의해 객관적 입장에서 한 발언도 차별로 간주돼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등 법적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인권헌장안은 부작용과 위험성이 많은 만큼 서울대 구성원들이 여러 문제점과 폐해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공론화하며 심층적인 토론과 검토를 거쳐야 한다.

서울대는 대한민국 대표 국립대학으로서 위상을 갖고 있다. 이 선례가 국내 다른 대학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결정이 필요하다. ‘인권헌장’이라는 말처럼 진정으로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헌장이 되길 바란다.

조배숙 변호사(복음법률가회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