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선결제 독려 언제고, 외부서 밥도 못 먹게 하나” 한숨

입력 2020-11-26 04:03

“선결제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밖에서 식사도 하지 말라는 거냐.”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라 각 정부 부처에 내려진 특별 방역 지침을 두고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사실상 사적인 약속은 점심, 저녁을 불문하고 자제하라는 것인데, 정부가 불과 7개월 전 ‘선결제·선구매 제도’를 장려했던 터여서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공무원과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 전체 인원의 3분의 1은 재택근무를 하고, 대면 모임·행사·회식 등을 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전파한 공무원은 문책하겠다는 지침을 전달했다. 이에 공무원들은 서둘러 연말에 잡아뒀던 점심·저녁 약속을 대부분 취소하는 분위기다. 송년 모임도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고 한다. 한 정부 부처 공무원은 25일 “사실상 사적인 약속은 점심이든, 저녁이든 자제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지난 4월 정부가 소상공인을 살리자며 ‘선결제·구매’에 세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일을 들먹이고 있다. 한 공무원은 “전에는 선결제를 하라길래 여기저기 해두기 바빴는데, 이제는 밖에서 식사도 못하게 됐으니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어떤 부서는 선결제 금액이 남아돌아 처치 곤란인 상황이라고 한다. 어떤 부서는 일반 식당 대신 도시락 업체에 선결제를 걸어두고 필요할 때 시켜 먹는 ‘묘수’를 쓰고 있다. 당장 이번 주 세종시 정부청사 주변 식당들을 둘러봐도 텅텅 빈 게 눈에 띄게 느껴질 정도였다. 정부의 선결제 독려가 배달 매출이 많지 않은 음식점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문책하겠다는 대목을 둘러싸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중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 자체로도 큰 고통인데 굳이 인사상 불이익까지 떠안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감염 의심자들이 진단 검사를 기피할 것 같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사 내 구내식당만 미어터지고 있다”며 “오히려 여기서 한 명이 확진되면 여러 공무원들이 대거 감염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꼬집었다. 수도권만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됐는데, 세종에 있는 공무원들까지 같은 지침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