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여름 홍수 피해 조사 영역을 기존 댐 관리에서 하천 제방 관리까지 확대하고, 하천 유역별 맞춤형 기상 예보로 홍수 대응 체계를 강화한다. 내년에는 주요 하천의 홍수기 제한 수위를 낮춰 치수 능력을 끌어올리고 중장기적으로 댐·하천 설계 빈도를 상향해 나가기로 했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마련해 연내 발표하겠다”며 “국토교통부에 있는 하천 관리 조직 통합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완성도 높은 물관리 일원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여름 수해 원인과 조사 방향은.
“지난여름 수해 원인은 댐 운영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환경부 차원에서 빠르게 대응하려고 지난 9월 18일 댐관리조사위원회를 꾸렸던 것이고 이후 국토부·행정안전부 등과 협의해 ‘댐 하류 수해 원인 조사협의회’로 확대했다. 이달 조사 용역 발주를 시작하고 지역주민 대표가 조사협의체에 참여해 전 과정을 모니터링한다. 수해 원인 조사의 중립성·객관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54일간의 최장 장마 기간에 내린 집중호우가 홍수 피해에 미친 영향을 비롯해 폭우가 쏟아지기 전 각 기관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하류 하천 제방 관리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배수로는 정상 작동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당시 용담댐 하류에 무제방 구간도 있었고 댐 방류 이전에 이미 제방이 무너진 곳도 존재했기에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또 지방하천 관리 실태와 소하천·배수펌프장 문제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수십년째 바뀌지 않은 댐 운영 방식을 기후위기 시대에 적합하도록 전환하고 국가하천과 인접한 지방하천을 중앙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대책도 찾겠다.”
-기상 예보 정확도 문제도 있었는데.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할 시기가 왔다. 올여름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687㎜로 1973년 이후 두 번째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남원과 광주에는 500년에 한 번 내릴 만한 양의 비가 왔다. 집중호우 기간에 섬진강·용담댐·합천댐 상류 유역 강수량은 모두 과거 최댓값을 초과했다. 수자원공사(수공)는 댐 상류 지역 기상 예보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수공 등 수요자를 고려한 기상 예보 제공을 확대할 예정이다. 홍수통제소는 강우 레이더로 측정한 하천의 유량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수공은 정확한 기상예보와 유역별 유량 정보를 댐 운영에 적용하고 미흡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 수공은 환경부 산하기관이다. 홍수통제소와 기상청은 각각 소속기관, 외청으로 구분된다. 기관마다 특성이 다르다. 환경부 중심으로 정책협의회를 상시화하는 등 긴밀한 협업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
-물관리 일원화의 구체적인 계획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물관리 조직을 단기간에 합치는 건 쉽지 않다. 우선 국토부에 남아 있는 하천 관리 조직을 이관하고 그 외 기능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2년 전 국토부 수자원국을 환경부로 이관하면서 하천 관리 기능을 옮겨오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여름 수해 등을 겪으면서 당시 물관리 일원화를 반대했던 사람들조차 국토부의 하천 관리 조직이 환경부로 통합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경부가 3년 넘도록 자연성 회복을 위한 4대강 보(洑) 조사·평가를 하고 있는데 보 역시 하천 시설물이기 때문에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서는 조직 통합이 중요하다. 국회에는 관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3개 발의돼 있다. 환경부도 의지를 갖고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 밖에도 환경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용 댐을 다목적으로 활용하는데 협의하고 화천·팔당댐을 시범으로 용수공급 및 홍수조절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홍수 관리 대책은.
“다음달 범부처 합동으로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발표한다.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을 내놓으려고 한다. 지구온난화가 심화하면서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극심하다. 올해는 매미나방이 큰 피해를 줬다. 이런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예방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대책에 담긴다. 아울러 내년에는 수해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홍수기 제한 수위를 낮춰볼 계획이다. 용담댐·합천댐은 200년 빈도, 섬진강 본류는 100년 빈도에 견디게끔 설계돼 있다. 강수량·홍수량 증가에 맞춰 하천 설계 빈도를 강화해야 하지만 일률적으로 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댐을 높일 수도 없다. 당장 물그릇을 키울 수 없다면 물그릇을 조금 더 비워 용량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댐과 하천의 설계 기준 상향은 불가피하다. 다목적댐의 홍수조절 능력을 재평가한 후 설계 기준을 차츰 상향해 나가겠다. 이 밖에 현행 규정에는 댐 관리자가 수문 방류 개시 3시간 전까지 방류 시기, 방류량, 방류에 따른 댐 하류 수위 상승 정도 등을 관계 기관에 통보하게 돼 있는데 시간이 충분치 않다. ‘홍수기 사전 알람 시스템’을 도입해 이런 틈을 메워보려고 한다.”
-물관리 법·제도 정비 필요성은.
“홍수 특보 지점을 늘릴 대책이 필요하다. 전국엔 65개 홍수 특보 지점이 있는데 올해 50개 지점에서 총 109건의 특보가 발령됐다. 이렇게 홍수 특보가 많이 발령된 적은 없다. 지난 10년간 발령된 횟수가 한 해에 휘몰아쳤다. 전국에 특보 지점이 필요한 지역은 100곳 이상으로 분석되는데 예산·인력 등 한계로 확대 속도가 더디다. 지난여름 용담댐 하류의 수해 규모가 컸는데 그곳엔 홍수 특보 지점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농업용수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김대중정부 때 농업용수를 무료로 전환하면서 물값이 없는 상태다.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합리적 물 배분은 중요한 과제다. 다수의 전문가는 국가 차원에서 효율적인 물 배분을 하지 않으면 큰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농업용수 데이터 관리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통합물관리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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