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 이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고 밝혔다.
윤 총장의 입장문은 추 장관이 징계 청구를 발표한 지 20분 만에 언론에 전달됐다. 대검찰청은 추 장관이 발표하던 시점에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내부에선 차장검사실에 일부 간부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 이어졌다. 윤 총장은 오후 7시쯤 청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측은 이날 추 장관의 감찰 결과와 관련한 사안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의 만남 사실에 대해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만남 직후에 문무일 총장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사후 보고가 이뤄질 경우 예외가 된다는 것이 대검 측 해석이다. 또 법무부가 징계사유에 국정농단 사태에서 JTBC의 ‘태블릿PC’ 보도와 관련한 사건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미 기소됐던 사안”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단계가 아니라 재판 단계였던 만큼 공정성을 훼손할 만한 일이 발생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사건과 관련해서는 어떤 대화도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법조계의 관심을 끌었던 ‘재판부 사찰’ 사실에 대해서는 “단순히 공판 준비를 돕기 위한 참고자료이며, 공개된 것들로 만들어진 보고서”라고 대검은 주장했다. 공소유지에 참여하는 검사들끼리 법관의 증거채택 엄격성 등을 인수인계해 왔다는 것이다. ‘사찰’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대검은 난색을 표한다.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숨은 정보 등을 파악하는 행위가 아니었고, 무엇보다도 언론과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에 기초했다는 것이다.
채널A 사건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 및 감찰방해와 관련해서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적극 반박했다. 채널A 사건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한 사건이고, 한 전 총리 사건의 배당은 총장의 고유 권한이라고 했다. 감찰 불응과 관련해 법무부로부터 왔던 공문에는 류혁 감찰관의 이름이 빠져 있고, 박은정 감찰담당관 단독 명의로 돼 있어 의아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집행정지 명령은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졌다. 직무 징계 여부 및 수위 등은 향후 법무부 장관이 소집하는 검사 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윤 총장은 우선 장관의 직무 배제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징계위원회에서 징계가 결정된다면 그에 대해서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직무 배제 결정으로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가 예상될 경우 법원은 장관의 직무 배제 명령 효력을 일단 정지시킬 수 있다. 총장은 본안 소송에서 직무 배제 명령 및 향후 검사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될 징계 등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 다툴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 조치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누굴 만났다고 해서, 또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느냐”고 되묻는 검찰 간부도 있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이번 사안을 ‘검찰농단’으로 규정하며 “추후 역사적으로 심판받을 것”이라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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