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법으로 보장한 공무원 ‘적극 행정’ 면책 국민에 필요한 일했을 때만 적용해야

입력 2020-11-25 04:03

공무원에게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사자성어가 있다. 몸을 사린다는 뜻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은 공무원이란 직업을 빗대는 표현이 된 지 오래다. 법에 규정돼 있는 일만 하고 법에 없는 일은 괜히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안 하고 만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러한 소극적 자세는 국민 불편을 가중하는 주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민 불편을 없애기 위해 요구되는 자세 역시 네 글자로 요약된다. 바로 ‘적극 행정’이다. 정부가 24일 국무회의를 통해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을 개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적극 행정 공무원에게 징계를 주지 않고 인사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령으로 이미 있는 내용인데도 잘 지켜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보다 명확히 규정해 적극 행정을 유도한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의 평가처럼 긍정적인 일이라는 데 동의한다. 다만 시점이 참 묘하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직후다. 감사원은 문서를 파기한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고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를 정세균 총리가 적극 행정으로 옹호하면서 검찰의 수사를 비판했다. 위정자가 원하는 정치 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행정에 적극 행정을 갖다 붙인 뒤 법을 개정한 것이다.

공직사회에 잘못된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불 난 곳 진입로가 주차 차량으로 막혀 있으면 차를 파손해서라도 소방차를 몰고 들어가는 게 적극 행정이다. 이런 조치에 징계나 손해배상 우려가 없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 관심 사안 실행까지 무턱대고 적극 행정으로 봐서는 안 된다. 그런 논리라면 4대강 사업이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관여한 공무원들도 다 적극 행정을 한 셈이다.

왜곡된 해석을 피하기 위해 부연 설명을 달 필요가 있다. 적극 행정은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할 때여야 한다는 명분을 쥐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은 일이라면 책임질 만한 일을 밀어붙인 이들에게 책임을 돌릴 명확한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사정기관은 열심히 일한 공무원들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일을 멈추고 공무원의 복지부동도 사라질 것이다.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