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파국으로 치닫나

입력 2020-11-25 04:0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라는 초강수를 뒀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추 장관은 “그간 검찰총장의 여러 비위 혐의에 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이 든 비위 혐의는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재판부 등에 대한 불법 사찰, 채널A 사건 관련 측근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 방해 등이다. 감찰 대상자인 총장의 대면 조사 불응, 퇴임 후 정치 참여 시사 등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점도 들었다.

관건은 추 장관이 제기한 이들 혐의가 얼마나 법과 규정을 위배한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인지 여부다. 하지만 대부분 명확한 사실 확인 없이 그간의 의혹을 짜깁기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결여됐다. 또한 정치적 중립을 해치는 발언을 했다는 부분은 추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이 집요하게 윤 총장을 공격한 소재여서 그걸 윤 총장의 잘못으로 몰고 가는 건 온당치 않다. 감찰 방해 혐의도 규정에 비춰 지나친 측면이 있다. 재판부 등에 대한 불법 사찰 부분도 구체적 내용을 적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이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한 만큼 법정에서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그동안 추 장관이 검찰 개혁을 ‘윤 총장 죽이기’의 동의어로 여겨온 정황이 역력하다는 점이다. 추 장관이 취임 후 피의자 인권 보호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 제고 등 검찰 개혁을 위한 정책방안을 내놓았다는 기억이 없다. 친여권 검사를 핵심 보직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검찰 내 위계질서를 무너뜨려 검찰을 더욱 정치화했다는 게 중평이다. 검찰청법 등은 정치 권력을 대표하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의 중립을 책임지는 검찰총장이 기관 내에서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규정했다. 그렇지만 추 장관은 윤 총장을 부하로 여기는 듯하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니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7차례나 발동해 ‘법무총장’이라는 신조어가 나온 판이다. 추 장관은 24일 저녁 작전하듯이 갑작스럽게 기자브리핑을 열었다. 그렇지만 검찰총장을 범죄자 취급하는 중대 조치를 일방적으로 발표하고도 기자들의 질문을 일절 받지 않았다. 내놓은 자료는 A4용지 2장짜리 발표문뿐이었다. 이러니 이날 직무배제 조치도 ‘검찰 개혁=윤 총장 죽이기’로 여겨온 추 장관의 또 다른 공세로 볼 국민이 많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