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에는 제 생각이 바뀔 가능성이 없습니다.”
지난 18일 별 소득 없이 무산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위원회 3차 회의에서 나온 야당 측 한 추천위원의 발언이다. “끝장토론을 벌이자”거나 “밤을 새워서라도 투표해보자”는 다른 추천위원들의 제안에 대한 반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야당 측 A추천위원은 “오늘은 결정을 못 한다”거나 “사정변경이 없는데 어떻게 생각을 바꾸느냐”며 야당 측 추천을 받은 3명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의 공수처장 후보에게는 전면적인 반대투표를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야당 측 위원이 자신들이 추천한 일부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야당 측 위원들은 비토권을 행사한 이유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에 의혹이 있다거나 수사 능력이나 조직 장악력이 의심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야당 측 위원들에게서 “공수처장 후보를 처음부터 다시 뽑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다른 위원들 사이에서도 “더이상의 회의는 무의미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그나마 3차 투표까지 이뤄질 수 있었던 건 추천위원장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끝까지 회의 무산을 막기 위해 독려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야당 측 위원 2명이 끝까지 비토권을 행사했고, 후보 추천 정족수인 6표 이상을 받은 후보는 나오지 않았다. 조 처장은 공식 석상에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데, 이날 회의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들은 3차 회의를 앞두고 ‘공수처가 임기 말 정권의 비리를 덮기 위한 것이란 주장을 어떻게 보느냐’ 등 민감한 내용의 서면질의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다수 후보는 “공수처는 국민의 뜻에 따라 운영돼야 하는 기관”이라며 무색무취한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언론을 통해서만 접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해 답변이 어렵다”는 등 중립적 답변이 주를 이뤘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25일 국회에서 4차 회의를 열고 마지막 담판에 나선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3일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중재한 뒤 회의소집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추가 회의도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지만 이견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추천위 결과와는 별개로 공수처법 개정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추천위 회의가 열리는 25일 국회 법사위도 법안1소위를 열고 개정안 대안 마련에 나선다.
구자창 이가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