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엘호텔 추락사고, 동료가 사다리 밀다가 넘어갔다

입력 2020-11-25 04:02 수정 2020-11-25 17:09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의 롯데시그니엘호텔에서 발생한 유압 사다리 추락사고는 작업자들의 부주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작업자가 탑승한 고정식 유압사다리(사진)를 다른 동료가 아래에서 밀다가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현수막업체 A사 대표와 직원 B씨, 호텔 직원 C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해 지난 20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유압 사다리가 넘어지는 사고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당시 작업에 투입된 B씨와 사망한 D씨(39)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부터 현수막(가로 7m, 세로 5m) 설치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호텔 측으로부터 유압 사다리를 빌렸다. 220v 전기로 작동하는 유압 사다리는 열쇠를 꽂고 안전 지지대(아웃트리거) 4개를 모두 장착한 뒤 수평을 맞춰야 동작한다. 작업을 시작하면서 아웃트리거를 설치했고 D씨가 유압 사다리로 올랐다. 이어 6m 높이로 사다리를 올렸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아래에 있던 B씨는 갑자기 아웃트리거와 전원을 제거했고, D씨가 고공에서 현수막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유압 사다리를 밀고 다닌 것이다. 안전장치도 없이, 전원도 없는 상태에서 7~8m가량을 이동하며 작업을 진행한 뒤 출발점으로 돌아오려는 순간 유압 사다리가 옆으로 넘어졌다. 방향을 바꾸기 위해 B씨가 힘을 줬지만 손 쓸 틈도 없었다.

D씨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 사고로 D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뇌사 판정을 받고 지난 12일 장기기증으로 환자 3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B씨에게 리프트 전도 행위 책임을, A사 대표에게는 현장 관리·감독 위반 책임을 물었다. 시그니엘 호텔 직원 C씨에겐 관련 주의사항을 고지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경찰은 봤다. 3명 모두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D씨의 유족들은 호텔 측이 현장 안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해왔다.

경찰은 그동안 호텔 측과 관련업체 등을 상대로 과실 여부를 수사해왔다. 고용노동부 부산동부지청도 호텔 등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